꿈을 먹으로 갈던 풀벌레 소리
문밖에 자욱하다
쥐었다 편 화선지가 지난 봄 미명의 산책길에
남편 잃은 민자 선배를 내려놓는다
그녀 새벽안개 쫓아
흰 손수건 흔들며 떠라가던 길에
다알리아꽃이 오늘 아침
혼자 먹는 밥상처럼 피었다
고구마 나눠줄까?
민자 선배에게 먹겠냐고 물어보니
냉장고 문 열기 싫어 안 먹겠다 한다
따라갈 수 없는 길 따라가려다
무릎 깨진 빈집 민자 선배
꾸덕꾸덕해진 상처는
언제쯤이면 다 아물까
◇권순우= 경북 의성 출생. 계간 ‘인간의 문학’ 등단. ‘글로벌 경제신문’ 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꽃의 변신’, ‘춤추는 캐리커처 ’가 있음.
<해설> 아마도 시인은 서예 혹은 서화를 좀 아는 것 같다, 꿈을 먹으로 갈던 풀벌레소리를 들으면서 시는 시작되고, 쥐었다 편 화선지 즉 청각을 촉각화 하는 공감각적 공간을 만들어놓고는 미망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인을 문진처럼 눌러두고는 다알리아꽃과 그녀가 울다 ㅤㅌㅜㅌ퉁 부어오른 눈으로 상여 뒤를 따라가던 길과 그녀가 혼자 된 이후의 밥상을 시인은 걱정한다. 시인은 그런 그녀의 심리 안쪽에 먹 한 방울 번진다. 마지막으로 깨진 무릎의 붉은 낙관까지 보태고 있다. 따듯한 위로가 물씬 묵향으로 번진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