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감정의 노예
[달구벌아침] 감정의 노예
  • 승인 2023.03.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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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살다 보면 원치 않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나를 보고 모함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고, 나를 향해 이유 없이 칼날을 세우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나아가 더 심한 경우에는 더럽고 냄새나는 똥을 던지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상황이 실제로 나에게 일어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참으로 속상할 것이고, 한편으론 대략 난감이다. 더러운 것은 둘째 치더라도 냄새나는 오물이 내 몸에 묻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또한 뒷수습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살면서 이런 일이 없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반대의 안 좋은 상황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인생사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런 원치 않는 순간이 내게 찾아온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처방법일까?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만약 상대방이 나를 향해 똥을 던졌다고 해보자. 그리고 그 똥이 내 옷에 묻어서 냄새가 나고, 옷이 더럽혀졌다고 해보자.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다. 아마도 나는 화가 나서 다시 그에게 똥을 되돌려 주기 위한 준비를 할지 모른다. 이제 반격의 시간이 온 것이다. 받은 대로 그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 나도 냄새나는 그가 던진 똥을 내 손에 쥐는 것으로 반격이 시작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문제는 내 손이 더럽혀진다는 것이다. 과연 이렇게 대처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것이 지혜로운 대처방법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안 그래도 던진 똥 때문에 내 옷이 더럽혀져서 기분이 상해있는데, 손에 똥까지 묻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화나는 감정을 살짝 정리하고 다시 생각해 보니 의외로 간단한 해결 방법이 나온다.
누가 나에게 똥을 던져 내 몸에 묻게 된다면 내가 해야 할 행동은 먼저, 몸에 묻은 똥부터 닦는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옷에도 냄새가 나고, 다시 그에게 갚아주기 위해 손에 똥을 쥐게 되면서 손에도 냄새가 나서 온몸에 똥 냄새가 가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옷에 묻은 똥을 닦아내고, 깨끗이 샤워를 하고 내 몸을 말려서 나의 마음 상태를 햇볕에 잘 말린 뽀송뽀송한 옷 같은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계산적으로 생각해보자면 그것이 내게 득이고, 그것이 나를 향해 나쁜 오물을 던진 상대에게 이기는 것이다. 내게 오물을 던진 그 사람은 나에게 좋은 반응을 원하지 않는다. 그가 내게 원하는 것은 진흙탕 싸움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의 나쁜 감정을 나에게도 전염시켜 나도 그와 같은 감정 상태로 만드는 것이 그의 목적이다. 그의 게임에 말려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하지만 그게 말대로 쉽지는 않다.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라 늘 감정이 앞서서 우리 삶을 끌고 다니기 때문이다. 주인이 개에게 목줄을 채워 목줄을 잡고 개를 끌고 가듯, 노예상이 노예를 줄로 묶어 끌고 가듯, 감정이란 녀석이 나의 앞에 서서 나를 끌고 가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감정이 나의 주인이고, 나는 그에게 끌려 다니는 노예와 같게 보일 것이다. 아니, 어떻게 보면 내가 '감정이 나의 주인이다'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쉽게 감정의 노예가 된다. 감정이 나를 이곳저곳으로 끌고 다니도록 너무 쉽게 허용하고 있다. 나의 예를 들어보면, 강의를 가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 중 내 차 앞으로 무리하게 차선 변경을 한 사람 때문에 화가 나서 그날 강의에 영향을 받은 적도 있었다. 그냥 바빠서 급하게 차선 변경을 했겠거니 생각해도 될 문제였다. 아니면 운전 미숙으로 사각지대의 내 차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의 운전 스타일이 거친 스타일인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갈길이 다르다. 그는 그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가면 되는 그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운전 방식에 화가 났고 쉬이 풀리지 않아서 감정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돌아보면 바보 같은 순간이다. 그리고 어떤 날은 SNS의 나의 글에 누군가 남긴 기분 나쁜 말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운 적도 있었다. 참 쉽게 감정에게 나의 삶을 맡기고 있구나 싶다. 글을 쓰며 반성해 본다.
감정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누군가의 친절로 기분 좋은 감정이 생길 수도 있고, 누군가의 나쁜 말투로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감정이 순간을 넘어서 지속적으로 이어질 때가 문제다. '감정'이 그냥 순간의 감정으로 끝나지 않고 '감정적'으로 변해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때가 바로 감정의 노예가 되는 순간이다.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감정이 끄는 대로 내가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정을 잘 끌고 다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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