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꽃은 꽃 다울때, 나는 나 다울때, 자연은 자연 그대로 가장 아름답다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꽃은 꽃 다울때, 나는 나 다울때, 자연은 자연 그대로 가장 아름답다
  • 채영택
  • 승인 2023.03.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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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자극(刺戟)에 대하여
자연의 밝음과 어둠의 자극은
생사의 윤회처럼 자연스러운 것
인간의 부정적 자극 가한다면
생체리듬 교란에 멸종 부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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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습을 바꾸지 아니하고 자신답게 마음껏 피어난 매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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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과 개화호르몬의 자극으로 벌써 동백꽃이 붉은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5
햇빛과 호르몬의 자극으로 꽃은 피어난다.

자극(stimulation)이란 어떠한 작용을 주어 감각이나 마음에 반응이 일어나게 함. 또는 그런 작용을 하는 사물을 말하는데 대상이 되는 것은 모두 유기체 즉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말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어느 한 순간이라도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지 않는 경우는 없다. 이러한 자극은 모두 눈과 귀 코 혀 몸이라는 우리의 오감을 통해 받아들여진다. 때로는 상대방의 행동이 자극제가 되어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로 들어서기도 하는데 즉 자기개발이란 이름하에 자신을 무한 자극의 도가니로 몰아넣어 스스로 학대하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의 원초적 욕망의 자극은 때로는 우리를 파멸의 길로 내몰기도 한다. 삐뚤어진 이기심과 경쟁 이올로기의 희생의 댓가가 가져다 주는 결과는 인간의 심성을 더욱 메마르게 한다. 그래서 늘어날 대로 늘어난 심리적 팽창감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때는 공허한 허무감이 함께 따라 오는데 그 빈 공간을 또 다른 욕망으로 채우려는 악순환은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

물론 자극의 측면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동료를 사귈 때,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일인데 누군가가 성공했을 때, 아침에 눈이 졸린 상태로 일어났는데 문틈 사이로 축복 같은 가느다란 아침 햇살이 내 침실을 파고들 때, 겨우내 찬바람 속을 걷다 길 모퉁이에 따스한 햇빛이 모여 나를 반길 때, 이 모든 것은 익숙해져버린 자신의 일상적 체념과 타성을 깨우는 긍정적 자극이다. 이러한 자극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정신 속에 부정의 씨앗보다는 아름다운 꽃과 꽃봉우리가 쌓이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시인 구상은 누구라도 앉은 그 자리가 꽃자리라고 말한다. 산과 들의 모든 나무들은 꽃봉우리를 피우려 하는데 왜 우리는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지. 일상적 자극은 우리의 생명 속에 관능과 무의식과 업이라는 각각 다른 모양과 색깔로 자리 잡는다. 이것을 깊은 관조의 깨달음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오감의 관능적 자극으로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느리게 때로는 격렬하게 굽이치는 삶이 이토록 치열하고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리는 자극의 깊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나는 좀 모자라고 일부러 애써 타인의 감정선에 나의 감정선을 맞추며 살아왔다. 이는 타인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려로 스스로 자신에게 자극의 화살을 돌린 결과라 하겠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눈이 내리면 눈을 맞듯이 어둠이 내리면 그냥 내가 어둠이 되면 된다. 애써 등불을 밝혀 어둠을 자극하지 않으면 된다. 으스름 달빛이 어둡다고 등불을 켜지 말자. 얕은 오감의 자극을 좇는 행위는 어쩌면 우리의 편협하고 천박한 오래된 습성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불행한 일이지만 프랑스 일간지인 르몽드지가 한국의 아이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한국의 아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적이고 고통의 자극을 주는 교육을 받기 때문이며 또 한국 사회를 평가한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이미 한국을 끝없는 경쟁과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라고 하는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러한 평가는 우리의 사회가 관능적 자극에 익숙한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예리한 통찰이요 한편 씁쓸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의 자극을 관조와 깨달음의 자극으로 새롭게 재구성할 때가 되었다. 개발이라는 달콤한 자극에 중독되어 파괴되어 가는 환경과 자연 유산에 브레이크를 거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 지구를 끊임없이 자극해서 일어나는 기후 변화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만들어지는 각종 기후 협약들, 특히 느림과 자연을 끌어안고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했던 동양의 사상가 노자, 노자는 ‘자애로움과 검소함과 남들 앞에 나서지 않음’을 인간의 진정한 세 가지 보물이라 했다. 이것은 곧 자연에 대한 사랑과 비움과 타인의 행복을 위한 삶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번 호에는 자연 생태계의 동물과 모든 식물에 있어 자극의 한 단면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식물에 가해지는 자극의 종류는 너무나 많아서 자극으로 인해 일어나는 잘못된 결과의 판단을 우리는 아직까지 다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다. 햇빛이라든지 온도 물 바람 서리나 눈 그리고 인간의 잘못으로 인해 저질러지는 불필요한 자극들, 다시 말하면 각종 화학 물질에 의한 극단적 자극은 식물의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식물의 긍정적인 자극인 생장의 비밀은 많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비밀은 바로 햇빛에 있다. 봄날의 햇빛은 잠자던 자신의 생명에 눈을 뜨게하여 이웃 생명들과의 공생을 위한 삶의 터전을 준비하고 여름의 햇빛 또한 겨울을 대비한 충분한 양식의 축적을, 그리고 가을의 햇빛은 인내의 계절에 대비해 줄이고 버림으로써 가벼워진 자신 내부에 물질의 변화를 통해 치열하게 살았던 지난 계절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또 다시 다가오는 냉혹한 인내의 시간을 견딜 준비를 한다. 이렇듯 햇빛은 식물 생존에 있어서 매우 필요한 자극 매체이다.

이와 더불어 또 한가지 중요한 자극원은 식물의 각 조직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호르몬은 미소한 양임에도 불구하고 식물을 각성시키는 매우 중요한 자극 요소다. 따뜻한 햇빛에 의해 봄날 대지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하면 뿌리에서 사이토키닌이라는 호르몬이 생성되어 나무는 드디어 자신의 세상이 왔다는 것을 꼭대기에 있는 눈(芽)들에게 알린다. 그러면 눈은 옥신(auxin)이라는 호르몬을 만들기 시작하고 꽃을 먼저 피우는 식물은 개화호르몬인 플로리겐(florigen)이 다시 작용하여 한바탕 화려한 봄꽃의 소란을 피우게 된다. 즉 잎눈은 잎으로 꽃눈은 희고 붉은 색을 갈아입고 온통 세상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극 하나로 시작한 생명은 온전히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 결과 식물은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 자기다운 모습이란 앵매도리(櫻梅桃李), 즉 매화나무는 매화나무답게 복숭아나무는 복숭아나무답게 자두나무는 자두나무답게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성분을 최대한 꽃피우는 것을 말한다. 어쩐 일인지 아직까지도 나는 진정 나 다움이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아마도 나 다운 꽃을 피우지 못해 그렇겠지만 동물의 경우도 마찬가진데 낮의 태양의 자극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밤의 어둠의 자극으로 자신의 몸을 거친 대지 위에 눕힌다. 그래서 밝음과 어둠의 자극은 생사의 윤회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만약 여기에 인간의 간섭이라는 부정적인 자극을 가하게 되면 이들의 생체 리듬을 교란해서 궁극적으로는 종의 멸종을 가져올 수도 있다.

몇 년 전부터 인간 세계에 나타나서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온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혼돈의 시대에 우리 앞에 펼쳐져야 할 진정한 자극은 과연 무엇이어야 할까. 과학 기술의 세기를 지나 인간주의와 생명의 세기를 맞이하여 전 지구에 드리운 암울한 기상 이변과 인구의 폭발, 전쟁과 기아 등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따뜻한 가정이자 보금자리인 지구에 강력한 자극으로 작용해 우리의 살과 영혼을 할퀴고 있다.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한 필요 불가결한 자극을 최소화 하고 살인 마차의 폭주와 직진의 경향성을 멈추어야 한다. 또한 이와 더불어 우리는 우리의 강한 생명력을 끊임없이 배양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자연과 생명의 법칙 속으로 우리를 스스로 끌어들이는 방법 밖에 없다. 이것이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자극이다.

임종택<생태환경작가·다숲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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