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첫 경기부터 마운드 붕괴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할 위기에 몰렸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 B조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홈런 세 방을 두들겨 맞으며 7-8로 재역전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남은 3경기를 모두 쓸어담아야 8강 진출을 장담할 수 있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대표팀 타자들은 5회 1사까지 13명의 타자가 연속 범타로 물러날 만큼 호주 마운드에 고전했다.

또한 투수들 대부분은 줄줄이 장타를 허용하고 호주의 타선을 견뎌내지 못했다. 일찌감치 호주전 선발로 낙점받은 고영표는 몸에 맞는 공 2개와 피홈런 1개로 4.1이닝 2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러나 소형준이 책임주자를 남겨둔 뒤 김원중이 4-2로 앞선 7회 1사 1, 2루에서 구원 등판해 역전 3점 홈런을 내줬고, 8회 마운드에 오른 대표팀 베테랑 양현종도 쐐기 스리런을 두들겨 맞았다. 고영표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이 1.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양의지의 역전 스리런 홈런이 나올 때까지 교두보 역할을 수행했지만 계투작전 실패로 빛이 바랬다.

강백호는 7회 대타로 나와 2루타를 때려냈지만 세리머니 도중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져 태그 아웃당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국은 10일 B조 최강인 일본과 운명의 ‘한일전을 벌이고 11일 하루 휴식을 나 뒤 12일 체코, 13일 중국과 차례로 대결한다.

한국은 2006년 제1회 WBC에서 4강 진출,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2013년 제3회 대회와 2017년 제4회 대회에서는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또한 한국은 호주를 상대로 국제대회 8연승을 달리다 첫 패를 당했다. 1998년 이후 프로선수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통산 성적은 한국이 8승 4패로 앞서 있다.

이로써 한국 야구대표팀은 최근 3번의 WBC 모두 첫 경기에서 패하는 징크스를 이어갔다. 2013 WBC에서는 네덜란드에 0-5로 졌고, 2017 WBC에서는 이스라엘에 1-2로 패했다. 초대 대회인 2006 WBC 4강, 2009 WBC 준우승에 빛나는 팀인 한국은 이후 두 번의 대회는 1차전 패배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거푸 1라운드에서 짐을 쌌다.

또 1라운드에서 패한 한국은 5팀 가운데 2팀만 2라운드(8강)에 진출하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통과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한국은 10일 일본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1라운드를 통과하고, 이번 대회 목표로 삼은 4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다.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선수와 자국 리그 스타 선수가 총출동한 일본은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한국전 선발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만 95승을 거둔 베테랑 다루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유력하다.

한국이 대망의 한일전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해 다음 라운드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