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국가가 출산·보육 책임져야
[의료칼럼] 국가가 출산·보육 책임져야
  • 승인 2023.03.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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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록 안심가톨릭 연합의원장, 대구시 의사회 편집위원
우리집은 아이가 셋이다. 처음부터 가족계획을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만, 외동으로 자란 나는 형제에 대한 그리움이 늘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막상 셋째를 가졌을 때는 과연 셋이나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게 사실이다.

아들, 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기르자는 구호가 불과 한세대 전인데 어느새 대한민국은 국가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가 되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에 그쳤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합계출산율은 1.59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한 명 미만인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반면 고령화 등에 따른 사망자 수는 매달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며 지난해 국내 인구 자연감소 규모는 무려 12만 3800명에 달했다.

인구는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며,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정체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불러오게 되고 국가로 하여금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한다.

지난 12월 골드만삭스는 2075년 글로벌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2075년이 되면 필리핀, 말레이시아는 물론 방글라데시 보다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근 불거지는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부족도 저출산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아이들이 없는 곳에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존재 이유가 있을 리 없다.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도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정책을 저출산 문제의 해법에서 찾아야 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조차 돌볼 아이들이 없어 문을 닫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인구의 자연증가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16년간 280조라는 막대한 비용일 지불하고도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문제는 단순히 출산장려금이나 육아지원책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특히 우리 사회의 저출산은 높은 부동산 가격과 교육비, 공공보육시설의 부족과 고비용의 보육비,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소멸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더 이상 저출산의 문제를 청년세대의 세태변화로 한정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먼저 국가가 직접 나서서 출산과 보육을 책임 져야 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지원을 넘어 양육과 보육, 의료 지원, 일-가족 양립 지원을 통해 청년세대들이 믿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 지방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한 나라의 절반이 넘는 인구가 전체 면적의 12%인 수도권에 몰려 있고 20대, 30대 청년의 55%가 수도권에 몰려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의 출산율은 전국에서 꼴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아서 너도 나도 수도권으로 향하지만 막상 살아 남아야하는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결혼과 출산 등의 재생산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내 집 한 칸 제대로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은 청년세대로 하여금 결혼과 출산을 도외시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이제 막 찬란하게 꽃 피기 시작한 한류 문화와 K 컨텐츠를 지속가능한 미래로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의 역량이 어느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풍부한 인적 자원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 한 세계 속의 대한민국은 한낱 물거품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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