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슬에 젖은 나팔꽃
햇살로 망울 털고 있을 때
막 알에서 깨어난 나비
창공으로 떼 지어 날아오른다
저 나비 떼 좀 봐
나도 나비처럼 부화하는 거야
은하수 넘실대는 밤이 되어서야
고요로 언어를 쏟아내듯
나비 되려는 몸짓!
어둠 속에서 막막한 고뇌
가슴으로 부딪치고
머리로 들이밀어 볼까
돌풍 불어오는 황야에 서서
껍데기를 깨고 밖으로 나오듯
한 꺼풀 벗긴다는 것은
통증을 자초하는 것
언젠가는 샛별 되어
강가에서 횃불 흔들겠지
◇김임백= 동아연합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인, 시낭송가. 시집 ‘햇살 비치는 날에’, ‘부화를 꿈꾸며’ 외 공저 다수.
<해설> 부화를 꿈꾼다는 것은, 아마도 자신이 껍질에 갇혀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어떻게 갇혀 있다는 것인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어둠 속에서 막막한 고뇌/ 가슴으로 부딪치고/ 머리로 들이밀어”의 상황이 시인으로 하여금 부화의 꿈을 꾸어야 하는 이유로 보인다. 또한 시인은 부화한 나비이고 싶다. 새벽이슬 잔뜩 머금고 밤의 산통 끝에 피는 나팔꽃의 시간에 부화한 나비이고 싶은 시인은, 통증을 자초하더라도 갑갑한 현실로부터 날아오르고 싶어 한다. 훨훨 샛별을 찾아가는 날갯짓이 희망으로 절실하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