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눈 온 세상
[좋은 시를 찾아서] 눈 온 세상
  • 승인 2023.03.14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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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제 시인

덧니처럼 솟은 집

동안거에 든 산

전깃줄에

묏새

날자, 다시 날리는 눈이다

우리 한번 펑펑 웃자

우리 한번 펑펑 죽자

◇김창제= 1993년 ‘죽순’ 등단, ‘자유문학’, ‘대구문학’ 신인상, ‘대구펜문학상’ 수상, 현 죽순문학회 회장, 시집 ‘지는 꽃에게 말 걸지 마라’ 外 5권이 있음.

<해설> 시인에게 눈은 무엇일까? 눈 온 세상은 부끄러움도 죄도 다 지워진다는 것인가? 살면서 한번 씩은 자신의 욕망을 말끔히 내려놓고 동안거에 들고 싶은 것이, 아마도 시를 쓰는 사람에게 눈이 주는 어떤 유혹 같은 것이 아니던가. 눈은 자연의 현상이지만 순결을 꿈꾸는 시인에게는 희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눈 안에 갇힌 집이 있어서 그것도 덧니 같은 집을 향해 흘러든 전깃줄 위의 멧새는 불안한 하루의 잠을 뒷일 거처의 불안에 놀라 날아오른다. 예리하게도 간단한 몇 개의 사물만을 시안에 배치하고 있는 시인의 시는, 눈이 주는 하얗게 덮여 지워진 세상의 실체를 암시하고 있다. 결국 눈은 날아오르는 새를 따라 날리는 눈이며, 펑펑 웃자, 펑펑 죽자는 동사를 불러온다. 이때 “죽자”는 그 어떤 무엇으로도 대치 할 수 없는 “살자”의 진한 역설인 것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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