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한-미 FTA의 성과와 호혜성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한-미 FTA의 성과와 호혜성
  • 승인 2023.03.15 21: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3월 15일은 한-미 FTA가 발효된 지 만 11년이 되는 날이다. 한-미 FTA는 상품무역뿐만 아니라, 서비스 및 투자 자유화 협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면 그동안 한-미 FTA의 성과는 어떠했을까?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매년 우리의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15년에는 258억 달러의 기록적인 흑자를 달성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대미 수출은 완만한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국제수지 흑자 규모는 계속 감소하여 2019년에는 FTA 발효 전 수준인 115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 후 2021년부터 다시 수출이 급증하여 한-미 FTA 발효 11년 차인 2022년에는 사상 최고인 28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선거운동 기간부터 우리의 대미 수출 및 무역수지 흑자 증가를 트집잡아 한-미 FTA는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Job Killing) ‘최악의 협정’이라며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1월 20일 취임 이후에도 트럼프는 한-미 FTA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정이라는 문제를 계속 제기하며 개정 협상을 요구했다. 그러한 결과 2018년에는 미국의 요구를 반영한 개정 협상이 완료되어, 2019년 1월 1일부터 개정협정이 발효됐다.

개정협정은 미국 측 요구를 적극 반영하여 한국산 트럭(픽업)에 대한 미국 측 기준관세율 25%를 2021년부터 철폐하기로 한 것을 20년 더 연장하여 2041년에 철폐하기로 했다. 게다가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할 때, 미국의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제작사별로 연간 2만5천대까지 ‘한국 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해 주기로 한 것을 개정협정에서는 5만대까지 확대해 주었다. 그래서 자동차 부문에서 한국 측의 희생이 컸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도록 한 ‘신약 약가 우대제도’를 미국의 요구로 해외에서 개발된 신약까지 확대해 주기로 했다. 반면에 한국 측 요구를 반영해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관련 투자자 소송 남발 방지, 무역구제 관련 절차적 투명성 확보, 섬유 관련 일부 원료 품목에 대한 원산지기준 개정 등과 같은 다소 가벼운 내용을 개정했다.

그러면 과연 정말 미국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한-미 FTA가 대미 무역수지 흑자 확대의 원인이며, 한국에만 유리하고 미국에는 불리한 협정일까? 개정 협상의 빌미가 된 대미 무역수지 확대 요인을 분석해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당시 대미 수출과 무역수지 확대를 주도한 수출 품목은 자동차(승용차)이며, 자동차 수출의 급증이 독보적인 요인이었다. 즉, FTA 발효 전인 2011년에는 88억 달러에 불과했던 자동차 수출이 FTA 발효 이후 매년 급증하여 2015년에는 176억 달러를 기록하며, 163억 달러의 흑자를 달성했다. 그래서 2015년의 경우, 대미 총무역수지 흑자 258억 달러 중에 63.2%인 163억 달러는 자동차 품목에서 시현됐다.

한-미 FTA 자동차(승용차) 관련 협정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산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는 한국 측 기준관세율 8%를 FTA 발효 즉시 4%로 인하하여 4년간 유지하다가 FTA 발효 5년 차인 2016년부터 모두 철폐했다. 반면 미국 측은 우리 자동차 수입에 대한 기준관세율 2.5%를 2015년까지 4년간 그대로 유지하다가 FTA 발효 5년 차인 2016년부터 철폐했다. 이처럼 자동차만 놓고 보면, 한국 측의 관세양허가 더 커서, 미국 측에 더 유리한 협정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미국 측의 승용자동차 관세 2.5%가 그대로 유지된 2015년까지 오히려 우리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과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증가했다. 그러나 관세가 철폐된 2016년부터는 오히려 대미 자동차 수출과 무역수지가 계속 감소됐고, 이에 따라 대미 총무역수지도 크게 감소됐다. 따라서 문제가 된 FTA 발효 이후 2015년까지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 확대는 한-미 FTA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FTA 발효 이후 대미 자동차 수출이 크게 증대된 원인은 무엇인가? 이는 2009년 발생한 리콜 사태로 이미지가 크게 하락한 토요다가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크게 하락한 후 오랫동안 2009년 이전의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더해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사태로 인해 일본산 자동차의 공급망에 애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동안 일본산 자동차의 대체 공급원으로서 현대와 기아 자동차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약 10%까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그동안 현대와 기아 자동차의 향상된 국제경쟁력도 한몫한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확대는 한-미 FTA로 인한 관세철폐 혜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의 대미 서비스 및 직접투자 수지는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기업들의 대미 직접투자가 증가해 미국측 일자리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미 FTA는 결코 미국측에 불리한 협정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