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로드 스콜라, 길 위에서 성장하는 청소년
[대구논단] 로드 스콜라, 길 위에서 성장하는 청소년
  • 승인 2023.03.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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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원 달서구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요즘 날씨가 좋다. 바야흐로 곧 흐드러지게 필 꽃들은 춘훙을 샘솟게 만들어 너도나도 상춘객을 자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봄을 뜻하는 ‘봄 춘’자가 청소년을 지칭하는 사춘기의 ‘춘’자와 동일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봄에 청소년의 ‘호모 노마드’적 본성이 가장 잘 발현된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인류는 ‘호모 노마드’, 즉 유목하는 인간이었다. “호모노마드”는 이동하는 인간을 뜻하는데, 이들은 주로 사냥과 채집을 통해 생활하며, 계절에 따라 다양한 지역으로 이동하며 살았다. 이후 농업혁명과 함께 정착적인 생활로 전환됐지만 이동을 통해 다양한 자원과 지식을 활용해 살아남는 능력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현재의 관점으로 본다면 다소 불안정했지만 생존에 필요한 자원의 확보와 위생적 측면에서 이점이 있었으며, 예나 지금이나 생존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선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고도로 정착적이고 도시화된 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에 호모노마드적 삶은 이동적이고, 자연과 가깝고, 심플하며, 자유로운 생활 방식을 추구한다. 이런 호모노마드적 삶의 가치와 생활 방식은 현대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재조명되고 있다.

호모노마드적 삶은 현대사회에서 흔히 느끼는 스트레스와 불안에서 벗어나, 더욱 개인적인 자유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방식을 추구하는데,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여행을 꼽을 수 있다. 여행을 통해 예전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여러 측면을 다양한 각도로 살펴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이 가진 역량을 강화하고 자신감 및 효능감을 기르고 문제 해결 능력과 적응력을 키우는 등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인 청소년에게 여행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다. 청소년들은 여행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성장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여행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가치관을 찾고,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며,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여행의 수많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처한 현실은 청소년들이 여행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우선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묵을 수 있는 숙소는 제한적이며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여행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여행 컨텐츠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야간에는 청소년들이 갈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으며, 그들이 목도할 수 있는 것은 화려한 성인 음주 문화가 대다수다. 이밖에도 낮이건 밤이건 청소년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도 부족하다.

하지만 이런 국내의 사정과는 달리 유럽의 청소년 여행 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연합에서 제공하는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교육 및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럽 내 34개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교육기관에 다니는 17세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주로 학생 교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유럽 내 다른 국가의 교육기관으로 이동하여 최대 12개월간 교환 학습을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다른 문화와 교육 체계를 경험하고, 언어 및 직업 기술을 향상시키는 등 광범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교육 비용, 생활비 등을 일정 부분 또는 전액 지원받을 수 있으며, 교환 학습 기간 동안 대상 국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받는다.

이밖에도, 유럽의 다양한 국가들은 청소년 여행에 대한 지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청소년들이 유럽 내 다른 나라로 여행할 때, 청소년 호스텔에서 더 저렴하게 숙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소년들의 여행을 장려해 우리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요즘 청소년에게 문제가 되는 스마트폰도 방구석에서 게임만 한다면 중독의 도구가 되지만 길 위에선 네비게이션이 된다. 경치를 찍고 메모를 남기면 예술로 바뀌고 책이 되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학교에서도 배우지만 길위에서도 배움은 지속된다.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더 큰 학교인 길을 나설 수 있도록 용기룰 주어야 한다. 우리지역의 다양한 청소년 교류와 여행지원프로그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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