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베트남론’이 시사하는 국제결혼
[결혼이야기] ‘베트남론’이 시사하는 국제결혼
  • 승인 2023.03.1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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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리스토리 결혼정보회사 대표·교육학박사

요즘 인터넷 공간에서는 '베트남론'이 논쟁이 되고 있다. '베트남론'은 일종의 신조어로 한국 여성들이 나이가 들어도 눈이 높고 결혼할 생각도 없으니 베트남의 나이 어리고 착한 여성들과 결혼하는 것이 낫다는 요지의 말이다. 주로 2~30대의 남성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이를 두고 공방을 주고받으며 논쟁이 되고 있다. 베트남 여성이 더 좋아서라기보다 한국 여성과의 결혼이 어려운 현상을 우회적으로 말 한 것이다. 이러한 '베트남론'을 통해 비혼과 만혼의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남성들의 결혼에 대한 시각과 가치관의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지난달에는 자주 '베트남론'을 얘기하던 30대 중반 남성이 베트남 신부와 결혼을 했다. 그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기술직으로 연봉 사천 이상에 본인 집을 소유하고 있다. 외모도 좋고 성격도 똑 부러지는 성실한 총각이다. 그는 국내 결혼정보 회사에 회원 등록을 하고 몇 번이나 맞선을 봤지만 번번이 실패하자 고민 끝에 베트남 신부와 결혼을 결정했다. 그는 국제결혼도 예전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베트남 아가씨들도 한국 여성처럼 남성의 조건도 보고 나이 차이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국제결혼도 나이가 젊을 때 일찍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베트남 현지에 그의 프로필을 보내고 이상형에 가까운 신부를 추천했다. 나이도 젊고 외모도 출중한 한국 남성의 프로필에 프러포즈하는 베트남 신부도 품격 있고 산소같이 순수한 여성이었다.

첫 만남에 두 사람은 필이 통했다. 신부는 23세의 성격이 밝고 한국 여성 같은 단아한 이미지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에서 요양병원의 간호사로 3년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생활력이 강하고 예의 바른 신부였다. 그녀는 간호사로서 노인들의 돌봄 일을 했다고 하니 물어볼 것도 없이 품성도 좋아 보였다.깐깐하고 신중한 그도 사진보다 신부의 실제 모습이 훨씬 좋다며 만나자마자 싱글벙글이었다. 신부도 일본어로 한국 남성이 마음에 든다며 성사가 되도록 잘 주선해 달라는 부탁까지 해왔다. 신랑신부는 베트남에서 며칠을 지내면서 서로 강한 신뢰를 느끼며 급속하게 가까워졌고 매우 행복해했다.

흔히들 짧은 시간의 만남에 이루어진 국제결혼 커플들을 보고 사랑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남녀 간의 느낌은 한순간에 통하기도 한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인연이라는 것은 그들만이 아는 눈빛 교환과 마음으로 바로 전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고 하지 않는가. 착한 베트남 신부를 맞은 그는 성공적인 케이스지만, '베트 남론'을 환상적으로만 볼일은 아니다. 베트남 여성들이 나이가 어리니 세상에 대한 경험치가 적고 좀 더 순수할 수는 있다. 국제결혼은 문화, 언어, 환경 등에서 오는 다름에 대한 인식을 배제할 수 없다. 상대 나라에 대한 많은 공부와 이 해외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글로벌 시대에 정보 통신의 발달로 신부들은 베트남에서 한국의 구석구석까지 다 볼 수 있고 한국 문화나 양식도 미리 습득한다.

이젠 그녀들도 10년 전의 베트남 신부가 아니다. 베트남이 변화하고 그녀들도 의식이 깨이기 시작한 것이다. 못 사는 나라에서 효녀 심청 이처럼 가장의 역할로 한국에 시집오는 신부들이 대부분이라고 아직도 오해하는 분들도 많다. 돼지 100마리에 큰집과 호수가 있는 신부집을 다녀온 신랑은 한국의 자기 집보다 신부집이 더 부유한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베트남 신부들도 더 나은 자신의 삶을 위해 본인을 선택한 거 같다며 자신을 향한 신부의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했다. 그는 결혼에 대한 한국 여성들의 눈높이가 부담스러워 국제결혼을 택했지만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세계화 시대에 국민의 배우자의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결혼의 신성한 의미는 가치롭다. 저출생과 비혼으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전 세계적으로 인구 절벽의 위기를 맞고 있다. 비록 '베트 남론이라는 담론의 프레임을 논하지 않더라도 국제결혼이 또 다른 인구정책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 0.78은 대한민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하위다. 지방 소멸로 인해서 이웃이 사라지고 국가가 사라진다.국제결혼에 대한 생각이 '베트 남론'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젊은 청년들의 담론이 될 정도로 변화되었다. 인구정책의 한 방편으로 국제결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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