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단상(斷想)
[윤덕우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단상(斷想)
  • 승인 2023.03.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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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정치생명을 걸었다. 방일을 앞둔 지난 6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에 대해 정치적인 부담을 안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 중의 난제였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당시 대일 청구권협정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에 5억 달러(무상 3억, 유상 2억)를 제공하면서 ‘국가와 그 국민의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2012년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로 다시 불거졌다. 당시 대법원(주심 김능환)은 ‘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일본 대법원과 우리나라 1·2심 판결을 뒤집은 판결이다. 한국정부로서는 난처한 입장이 발생했다.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일본정부가 반대하는 배상을 일본기업에 강제할 수 없다. 속수무책이었던 문재인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만 악화시켰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제시한 해법이 바로 ‘제3자 변제’방식이다. 1965년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만든 포스코 등의 한국기업이 일본기업 대신 배상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일부 당사자들과 야당 등에서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일정상회담을 두고 ‘굴욕외교’라며 비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한일정상회담과 관련, “외교라는 게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양자 또는 다자 관계에서 판을 바꾸는 것이라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외교는 커다란 성공”이라고 19일 자평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은 일본의 하수인’이라는 식의 발언을 이어가며 12년 만의 한일 정상회담을 폄훼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18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복원 등에 대해 “일본의 군사대국화 동조” “자위대 한반도 진주” 등 사실과 다른 극단적 주장까지 하고있다. 그는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 강제 징용 해결 방안과 관련해서도 “일본 비위만 맞춘 굴욕적 태도”라고 했다. 36년간 식민지배를 받아온 한국입장에서는 아무리 사과를 받더라도 미흡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사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직접 사과는 과거 일왕과 총리를 포함해서 50여 차례 있었고, 기시다 총리도 이를 계승한다고 했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10월8일 일본 국회에서 연설했다. 그는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동반자 관계 구축을 강조했다. 다음은 김대중 전 대통령 연설문 일부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역사적으로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약 400년 전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과 금세기 초 식민지배 35년간입니다. 이렇게 50년도 안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1,500년에 걸친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우리 두 나라 사이의 교류와 협력은 비약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제는 서로에게 필요불가결한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한 것입니다. 이제 한·일 두 나라는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를 맞이했습니다. 과거를 직시한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고, 미래를 지향한다는 것은 인식된 사실에서 교훈을 찾고 보다 나은 내일을 함께 모색한다는 뜻입니다. 일본에게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렵게 여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일본의 변화된 모습을 올바르게 평가하면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오늘 오부치 총리대신과 정상회담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일본은 이 공동선언을 통해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과 사죄를 표명하였고, 나는 이를 양국 국민간의 화해와 앞으로의 선린우호를 향한 일본 정부와 국민의 마음의 표현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나는 이 선언이 한·일 양국 정부간의 과거사 인식문제를 매듭짓고, 평화와 번영을 향한 공동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바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 연설문 내용이 “자신의 생각과 똑같다.”고 밝힌 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0일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민주당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망국적 야합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래서 ‘내로남불’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한일정상회담의 성과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다. 성과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면 1년 남짓 남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이상의 승리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야당의 프레임에 허우적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태생적으로 선동정치에 능하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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