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와 기회
[대구논단]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와 기회
  • 승인 2023.03.20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장 무서운 적은 누가 뭐라고 해도 코로나19 펜데믹이다. 과거에 보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며 인류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유례없는 전염병의 창궐은 벌써 3년이 넘도록 가라앉지 않고 퍼지고 있다. 더구나 처음에 나왔던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더 무섭게 달라붙어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지금도 코로나19는 완전 평정되지 않고 상당한 규모로 전염되고 있지만 이제는 어느 누구도 두려워하는 사람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전염의 무서움보다 생활의 불편함이 더 크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들도 이제는 코로나 방역에 대한 강력한 정책시행을 완화하여 외국여행 등 많은 부문에서 단속을 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마스크 강제착용을 자율에 맡길 정도로 방역기준을 완화했다. 그래도 시민들은 3년씩 길들여진 마스크를 쉽게 벗을 것 같지는 않지만 따뜻한 봄과 함께 훈풍이 돌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의 독재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북한에서는 사흘이 멀다 하고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한미연합훈련에 대항하는 최대의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고각도(高角度)로 발사하여 언제라도 미국을 겨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북한 인민들의 생활고는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곤란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인민을 먹여 살려야 할 북한정권은 오직 김정은 일파의 전쟁 놀음에 흠뻑 빠져 엄청난 경비만 날리고 있다. 국제적인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많은 비용이 소모되는 탄도미사일을 마음 놓고 쏴댈 수 있는 것은 암호화폐의 해킹기술이 출중하기 때문이다.

남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이 기술로 세계의 여러 나라가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많은 피해사례가 있다고 한다. 김정은의 해킹은 국제 절도 범죄다. 엄청난 규모의 해킹부대를 양성하여 온갖 정보를 빼내고 돈까지 훔쳐가는 것은 국제적인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아까운 돈을 인민들을 먹이는데 사용한다면 봐줄 수 있겠지만 전쟁 예비용으로 마구 쓴다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만행이다.

한편 오랜 세월 갈등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한국과 일본은 윤석열대통령의 결단으로 모처럼 화해의 장을 마련했다. 그동안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끌려갔던 징용 피해자들의 고소고발로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끌어냈지만 미묘한 국제관계를 한국법원의 판결만으로 완결 짓는 것은 무리수였기 때문에 질질 끌어왔던 사항이다. 더구나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일본정부와 합의했던 문제까지 문재인정부에서 인정하지 않는 통에 벌어진 외교적 갈등은 상호 강경 일변도를 고집하다가 감정싸움으로 확산된 것이었다.

한일관계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과거를 들먹이며 정파 간 치열한 다툼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정희정부가 굴욕외교라는 반대를 무릅쓰고 한일협정을 체결한 것이나 윤석열정부가 똑같은 반대여론에 불구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나 모두 정상적인 나라의 법도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편안하기 위해서 아무 결단도 내리지 않으면 무능이다. 과거를 들먹이며 친일, 굴욕외교 등으로 공격하면 많은 국민들 중에서는 일부 동조하는 사람이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나 꼭 그것이 애국이 되지는 않는다. 현대의 국제정치는 폭 넓은 안목으로 시야가 넓어야 한다. 외교에는 영원한 친구도 없지만 영원한 원수도 없다는 말이 정석이다.

과거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 한국민의 원한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상처다. 가장 싫어하는 외국을 꼽으라면 누구든지 ‘일본’이다. 그것은 우리 가슴에 맺혀있는 한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그렇다고 일본과의 관계를 모두 끊을 수 있겠는가. 하나 주고 두 개 얻어올 수 있는 넓은 아량과 지혜를 모두 동원해야만 국제사회에 우뚝 설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날카로운 혜안이 필요하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