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수업을 위한 선생님의 역량
좋은 수업을 위한 선생님의 역량
  • 여인호
  • 승인 2023.03.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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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김영호 선생님 아니세요?” ”예, 맞습니다. 김영호입니다.” “교장 선생님, 저는 43회 졸업생 김○희입니다. 눈썹을 보고 김영호 선생님이라는 걸 알았어요. 지금은 인자해 보이시네요. 그때는 아주 무서웠었는데…….” “허허, 눈썹을 보고. 그때도 인자했었는데…”

2023년 3월 2일 아침에 교대부초 교문에서 아이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가운데 만난 졸업생입니다. 김○희는 영호가 2003학년도 교대부초에서 5학년을 담임할 때 옆반 학생이었습니다.

2023학년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첫날에는 아이들도 선생님도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고, 용기와두려움이 오가는 날이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학급경영을 시작하는 출발점입니다. 아이들도 담임 선생님이 어떤 선생님인지 궁금한 것이 많은 날입니다. 아이들의 궁금증은 학부모님들에게는 더한 궁금증으로 이어집니다. 오후에 협의회를 하면서 선생님들의 하루하루가 무서운 선생님보다는 인자한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수업을 하실 것을 당부했습니다.

영호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나 교육전문직원, 그리고 교감, 교장을 하면서도 늘 수업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업에서 선생님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하고 몇 권의 졸저를 집필했습니다. 졸저인 ‘수업. 너 나하고 결혼해’에서 선생님의 수업 역량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역량’을 간단히 표현하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입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수업 역량은 곧 선생님이 수업을 할 수 있는 힘입니다. 영호는 좋은 수업을 위한 선생님의 수업 역량을 역사용 역량, 수업철학 역량, 수업행복 역량, 수업문 역량의 네 가지로 정했습니다.

역사용 역량은 역지사지, 사랑, 용기입니다. 역지사지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입니다. 사랑은 아끼거나 좋아하는 것입니다. 용기는 씩씩한 기운입니다. 역사용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져야 할 역량입니다. 우리 선생님의 가장 기본적인 역량입니다.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 보면 아이들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이 또한 용기입니다. 세상에서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귀하다는 것은 가치의 중심이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역사용은 인간의 근본입니다.

수업철학 역량은 수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나는 왜 수업을 하는가?’ 수업철학은 곧 선생님의 삶의 철학입니다. ‘나는 왜 사는가?’ 수업철학은 선생님의 인생입니다. ‘나는 왜 수업을 하고, 왜 사는가?’ 방법에 앞서 ‘왜’를 생각하는 수업이면 좋겠습니다. 수업에 대한 해박한 이론은 수업철학을 더욱 굳건하게 하겠지요. 최근에는 현장에 근거한 수업이론, 학습이론이 많습니다. 실천적이고 참여적인 이론입니다. 궁극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이론을 만들고, 적용하고, 다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가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수업행복 역량은 수업에서 행복을 찾자는 것입니다. 행복의 시작은 몸과 마음의 건강입니다. 선생님의 심신의 건강은 수업행복의 시작입니다. 수업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 갑니다. 수업행복은 선생님과 아이들의 상호작용입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눈맞춤으로 시작해서 이심전심으로 마무리하는 수업이면 좋겠습니다. 조벽 교수는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좋은 수업을 한다면 성공이다.”라고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하는 수업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업문 역량은 교실을 열자는 것입니다. 교실을 열자는 것은 선생님의 수업을 열자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수업을 여는 전제 조건은 바로 선생님의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수업문이 굳게 닫힌 교실왕국을 버려야 합니다. 수업문이 활짝 열린 교실천국을 소망합니다. 활짝 열린 수업문은 우리 모두의 행복문입니다. 굳이 따진다면 수업문 역량은 선생님의 수업 역량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밥 같은 수업이 일상이 되는 것은 수업문을 열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작입니다.

우리 선생님들이 역사용 역량, 수업철학 역량, 수업행복 역량, 수업문 역량이 충만하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모든 교실에서 좋은 수업을 위한 일신우일신이 계속되길 응원합니다. 선생님이 바뀌면 수업이 바뀌고,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뀝니다. 결국 학교의 시작도 끝도 수업입니다.

김영호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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