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년 앞, TK 물갈이론 ‘술렁’…물밑 경쟁 시동
총선 1년 앞, TK 물갈이론 ‘술렁’…물밑 경쟁 시동
  • 윤정
  • 승인 2023.03.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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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선거 후보조차 못 내 지역민 상처…정치력 부족 ‘한몫’
대통령실·내각 인사 다수 출마 전망 맞물리며 ‘교체론’ 확산
일부 출마 예정자 몸풀기…‘인위적 교체’ 부정적 시각 변수로
내년 4월 10일 실시되는 22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대구·경북(TK) 정치권이 ‘공천 물갈이론’에 술렁대기 시작했다.

TK 지역은 이른바 ‘보수 텃밭’이라 불린다. 현재의 국민의힘 등 선거 때마다 보수정당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지금의 정치권 상황이 큰 변화 없이 이어지면 내년 총선에서도 TK 지역 민심은 국민의힘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문제는 공천이다. 흔히 TK 지역에선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그건 본선에서 적용되는 말이다. ‘예선이 곧 본선’이라 불리는 공천에서는 피를 말리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

국민의힘 TK 지역구 현역 의원 25명(대구 12명·경북 13명)도 공천 경쟁이 불가피하다. 초선이고 다선이고 가릴 것 없이 누구나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아무리 지역을 잘 다져놓고 관리해도 낙하산 공천(전략공천)이 지속됐고 불출마를 압박하거나 공천 컷오프를 통해 인위적으로 물갈이를 해왔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자기 지역구에서 공천받아 살아남은 의원은 대구의 곽상도(중·남)·김상훈(서)·주호영(수성을→수성갑)·윤재옥(달서을)·추경호(달성) 의원과 경북의 김정재(포항 북)·김석기(경주)·송언석(김천)·이만희(영천·청도) 의원 등 9명(비례 임이자 의원 제외)에 불과했다. 불출마·컷오프·경선 탈락 등으로 TK 25개 지역구 중 64%에 해당하는 16개 지역구의 공천 주인이 바뀐 셈이다.

이런 이유로 내년 총선에서도 공천을 통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게다가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TK는 당대표 선거에 후보조차 내지 못했고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원외인 김재원 전 의원만 입성해 보수 종갓집으로 불려 온 TK 지역민의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준 것도 물갈이론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TK 다선이 수도권 초선보다 못하다’는 정치력·존재감 부족에 대한 비판도 한몫하고 있다.

다만 50%를 상회하는 대규모 공천 물갈이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미래를향한전진4.0 등 중도·보수 세력들이 합당해 만든 정당으로 공천 물갈이폭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국민의힘은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했고 TK 의원 대부분도 당시 윤석열 후보 당선에 공을 세웠기 때문에 쉽게 내치기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윤 후보는 대구 75.14%, 경북 72.76%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또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기간 상향식 공천을 약속하며 “인위적인 물갈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대구에 초선 의원들이 많고 다선 의원이 아주 적다. 4년 동안 열심히 의정 활동을 했는데 그걸 다 버리라고 그러면 지역 발전에 과연 도움이 될까”라며 대폭 물갈이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당직 인선에서 TK를 배려해 구자근 의원(구미갑)을 당대표 비서실장에 임명했고 강대식 의원(대구 동을)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선임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선거 기간 “TK 지역 정치인들이 중앙정치권이나 국민의힘 내부에서 지분이나 영향력이 낮아진 것은 반복된 영남권 공천학살의 결과물”이라며 “제가 당 지도부에 입성해 영남권 공천학살을 막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이 점점 다가오면서 이른바 ‘세대교체론’을 내세우는 공천 물갈이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와 내각 인사 다수가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이들이 출마할 경우 공천만 받으면 손쉽게 금배지를 달 수 있는 TK 지역이나 서울 강남 등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9일 “국회의원답지 않은 의원은 정리해야 된다”라며 TK 의원의 물갈이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올라가서는 말 한마디도 못 하고 동네에서만 갑질하는 국회의원은 구의원이나 시의원을 하는 게 맞지, 뭘 국회의원까지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교체지수에서 TK는 평균 50%였다”라며 “전국 국회의원 교체지수를 보통 35%로 맞추는데 수도권은 교체하기가 어렵다. 영남의 교체율을 많이 높여야지 35%를 맞출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TK 지역은 물밑 공천 경쟁에 돌입한 형국이다. 현역 의원들은 지역민들에게 국비 예산 확보 등 자신의 의정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또 당협을 중심으로 조직 다지기에 돌입하고 있다.

대구 동갑을 중심으로 TK 지역 입후보 예정자들도 서서히 몸을 풀고 있는 가운데 공천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활발한 물밑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내년 공천의 최대변수로 여겨지는 권영진 전 대구시장의 선택도 주목되고 있다.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을 두고 SNS에서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인 김용판 의원과 한바탕 설전을 벌인 바 있는 권 전 시장은 대구 중·남, 동갑, 수성을 등 여러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윤정기자 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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