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외로움은 우리의 몫이다
[대구복지논단] 외로움은 우리의 몫이다
  • 승인 2023.03.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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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남 상록수재단 이사장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중략)

정호승 시인의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실린 ‘수선화에게’라는 시다. 시인의 고백처럼 산다는 것은 외로움이고 외로움은 일어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중의 하나다. 그렇게 치부해왔다. 개인적인 문제이고 개인이 해결해야 할 몫이라고.

그런데 외로움을 대하는 태도들이 변하고 있다. 한 두명이 감기처럼 경험하는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앓고 있는 사회문제의 근원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 외로움이 빈번할수록 걱정, 무력감, 짜증, 분노가 일반인보다 4~5배 높아진다고 한다. 외로움은 부정적 감정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사회적 병리를 유발한다, ‘고립의 시대’ 저자 노리나 허츠 교수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개인 문제가 아니라 소외, 배제, 양극화, 극단주의를 야기하는 사회문제라고 진단했다.

‘몸이 아프거나 정신적으로 힘들 때 도움받을 곳이 있습니까?’

국민들에게 물었다. ‘없다’는 대답이 10명 중 3.4명이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실린 내용이다. 신체 정신적 위기 상황에서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사람의 비율을 ‘사회적 고립도’라고 하는데 2021년 34.1%로 나타났다. 2019년(27.7%)에 비해 6.4% 늘어난 수치다. 아파도, 힘들어도 말할 곳 없는 사회. 이런 현상은 부동의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슴 아픈 자살율과 고독사 문제로 고스란히 연결된다.

외로움을 흡연의 심각성과 비교한 통계치도 눈에 띈다. 미국의 ‘국가 주치의’라고 불리는 비벡 H. 머시 박사는 비만, 흡연, 암, 정신 건강, 감염병 예방 등과 같은 국가의 건강 문제를 다루면서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모든 문제에서 ‘외로움’이 등장한다는 것. 외로움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질병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언제나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머시는 외로움이 하루 담배 15개피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해롭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강조한다. 2019년 기준 한국은 OECD 40개국 가운데 삶에 대한 만족도(30위)가 낮았고 특히 삶의 질 구성요소와 관련해 사회적 연결은 40위로 최하위였다. 머시 박사의 충고가 가슴 아프게 들린다.

외로움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의미한다. 외로움은 상실감과 고립감을 동반한다. 외로움은 수면장애, 정신적 괴로움, 고통을 수반하면서 우울증, 뇌졸중, 치매, 고혈압 등 다양한 질환과 관련되어 진다. 외로움은 사회적으로 고독사나 자살 같은 사회적 문제와 연결되어진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세계는 외로움을 중요한 사회적, 정책적 의제로 다루고 있다.

영국은 2018년 외로움부를 만들었다. 외로움 장관을 두고 외로움을 국가적 이슈로 다루고 있다. 유럽연합 주요 국가에서도 외로움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 파악과 정책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도 2021년 사회적 고립과 관계 단절에 대응하고자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담당실’을 설치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외로움, 사회적 고립감 해소를 위한 사회적 관계 회복 지원을 국정과제로 삼고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2022년 말 경상북도는 대화기부 운동을 시작했다. ‘Small Talk! Big Smile-작은 대화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눈길을 끈다. 대화기부 홈페이지를 만들어 대화 기부자와 요청자를 모집한 뒤 서로를 이어주고, 함께 요리를 먹으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 따뜻한 마음을 소통한다고 한다. 현실 속에서 우리 개인과 사회복지현장은 외로움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고립의 시대 저자 노리나 허츠에 의하면 ‘외로움은 타자들이 자신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때 찾아온다’고 했다. 사람과의 소통이 강화되어야 한다. 가족과 친구 등 보다 적극적으로 만남을 가져야 한다. 또한 취미나 문화모임, 종교단체활동, 봉사활동 등 네트워킹이 필요하다. 사회복지현장도 문화, 의료 등 지역 사회기관들과의 연대의 중심축에 서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의도적인 관계형성과 치료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개인의 노력을 뛰어넘은 연대의 힘을 현장이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외로움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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