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리 아지랑이 속에서
죽은 강아지 짖는 소리 들린다
꼬리 흔들던 강아지는
죽어서 살구꽃이나
다른 무엇이 되는 모양이야
봄날이 길어지면
떨어진 살구꽃이나 다른 무엇은
다시 강아지가 되는가 봐
살구꽃이고, 강아지고, 또 그 무엇이고
모두가 자신이기 어려운 모양
다른 것이 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것 같아
떨어진 살구꽃들은
난쟁이 눈사람으로 돌아가고
토담집 담 밖 뒹굴던 풋살구 알맹이
부처님 감은 눈망울 되는 것 같아
◇김진희= 2022년 시와 세계 겨울호 등단.
<해설> 죽은 강아지 짖는 소리를 듣는 시인은 어떤 시인일까? 아무렇지 않게 읽고 넘어가기에는 덜커덕 씹히는 그 무엇이 있다.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산강아지 짖는 소리 가득한 요즘 현실에서 시인은 이미 仙적인 화두를 먼저 꺼내 놓고 있다. 아마도 아지랑이는 봄의 전령사인 듯도 하지만 또 다른 지워진 경계에 다름 아니다. 살구꽃이 그냥 살구꽃이 아니다. 떠나는 살구꽃이 돌아오는 살구꽃이며 살구열매는 부처님의 감은 눈망울이 된다. 시인의 봄몸살은 무어라 표현 할 수 없는 즐거운 깨달음이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