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봄몸살
[좋은 시를 찾아서] 봄몸살
  • 승인 2023.03.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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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시인

멀리 아지랑이 속에서

죽은 강아지 짖는 소리 들린다

꼬리 흔들던 강아지는

죽어서 살구꽃이나

다른 무엇이 되는 모양이야

봄날이 길어지면

떨어진 살구꽃이나 다른 무엇은

다시 강아지가 되는가 봐

살구꽃이고, 강아지고, 또 그 무엇이고

모두가 자신이기 어려운 모양

다른 것이 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것 같아

떨어진 살구꽃들은

난쟁이 눈사람으로 돌아가고

토담집 담 밖 뒹굴던 풋살구 알맹이

부처님 감은 눈망울 되는 것 같아

◇김진희= 2022년 시와 세계 겨울호 등단.

<해설> 죽은 강아지 짖는 소리를 듣는 시인은 어떤 시인일까? 아무렇지 않게 읽고 넘어가기에는 덜커덕 씹히는 그 무엇이 있다.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산강아지 짖는 소리 가득한 요즘 현실에서 시인은 이미 仙적인 화두를 먼저 꺼내 놓고 있다. 아마도 아지랑이는 봄의 전령사인 듯도 하지만 또 다른 지워진 경계에 다름 아니다. 살구꽃이 그냥 살구꽃이 아니다. 떠나는 살구꽃이 돌아오는 살구꽃이며 살구열매는 부처님의 감은 눈망울이 된다. 시인의 봄몸살은 무어라 표현 할 수 없는 즐거운 깨달음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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