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자동 설정 장치
[달구벌아침] 자동 설정 장치
  • 승인 2023.03.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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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몸과 마음이 이리저리 심하게 흔들리는 날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서 멈춰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낙엽처럼 이리저리 바람이 부는 대로 땅바닥을 뒹굴고만 있다.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해, 깊숙한 심해 한가운데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삶 전체가 통째로 흔들리는 그런 날, 정말 그때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방향을 잡아주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다시 나의 평정심을 찾아주는 그 무언가가 내게 필요하다.

요즘 난방기(온풍기, 보일러 등)에는 온도를 맞춰주는 '자동 설정' 장치가 있다. 그래서 사람이 끄고, 켜고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온도 자동 설정장치는 맞춰 놓은 온도보다 방 안의 온도가 내려가면 설정해 둔 온도가 될 때까지 작동하고, 그 이상의 온도가 되면 작동을 멈춘다. 세상 참 편리해졌다. 자동 설정만 해두면 알아서 적정의 온도를 유지하니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편리한 자동 설정 기능이 고장 난다면 어떻게 될까? 난방기는 사람이 손으로 멈춤의 버튼을 누르지 않은 한 계속해서 작동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필요한 난방으로 인해 과한 난방비 폭탄을 맞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기온이 내려가서 추운 날씨가 되었는데도 작동하지 않으면 따뜻해지기 전까지 한참을 추운 가운데 있어야 한다.

이런 '자동 설정 장치'는 우리 삶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자동 설정 장치는 미리 세팅을 해두면 자신이 기능하는데 가장 좋은 삶의 온도를 맞춰주고, 가장 활동하기 편한 상태로 알아서 맞춰줄 것이다. 최적의 삶의 온도를 맞춰주는 '자동 설정' 장치가 꼭 필요한 요즘이다.

요즘은 옛날에 비하면 세상이 참 편해졌다. 이동도 편해졌고, 생활환경이 모두 편해졌다. 이 모든 것이 과학이 발전하면서 기계가 현대식으로 자동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추운 날씨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어린아이들이 주로 할 수 있는 일은 산에 올라 마른 솔잎을 모아서 자루에 담아 오는 것이 밥값 하는 것이었다. 솔방울을 주워 부모님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면 얼마나 뿌듯 하든지. 좀 더 큰 아이들은 땔감으로 사용할 썩은 나뭇가지, 말라죽은 나무뿌리를 땅에서 뽑아내어 집으로 가져와서 땔감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집도 지금처럼 튼튼한 구조물이 아니어서 웃풍이 진짜 심했다. '후~'하고 입에서 바람을 불면 김이 하얗게 피어났다. 한겨울 잘 이겨내려면 수시로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했다. 만약 땔감을 너무 많이 넣어서 구들장이 뜨거워지면 아랫목은 '지글지글' 뜨거운 상태가 되고, 장판은 새카맣게 탔다. 하지만 방 안의 온도는 여전히 차가웠다. 이불 속과 이불 밖의 온도가 심하게 차이가 났다.

필자보다 훨씬 더 오래 산 사람들에 비하면 어디 명함도 못 내밀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 시절 그때의 추웠던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찬 바람이 분다. 그런데 요즘은 기술이 발달하여 전자 장비가 난방을 책임져준다. 보일러의 기름만 있다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실내에서는 반 팔을 입고 다닐 정도로 난방이 잘 되어 있다. 한겨울, 외부에서의 활동만 아니라면 실내에서는 춥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외출에서 돌아와 방 안이 따뜻해지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자동으로 적정 수준의 온도를 알아서 맞춰주는 '자동 설정' 버튼만 눌러 놓으면 언제나 그 온도다.

우리 삶에도 자동 설정장치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열정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열정 자동 설정장치'가 있어야 한다. 행복한 상태를 잘 유지 해 주는 '행복 자동 설정장치'도 필요하다. 필자는 기분이 좀 다운 된다 싶을 때면 몸을 사용하는 편이다. 먼저 방에서 할 수 있는 팔 굽혀 펴기를 하고, 스쿼트를 한다. 아니면 무작정 바깥으로 나가서 걷는다. 한참을 걷다 보면 이내 마음속에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던 고민거리가 정리되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대체로 이렇게 하면 기분이 많이 좋아지고, 평정심을 찾게 된다. 그렇게 해서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면 골방에 들어가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좋은 영화 한 편을 감상하기도 한다. 내게는 위의 것들이 '자동 설정장치'라 할 수 있다.

모두 사람마다 적정의 삶의 온도가 다를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닌 자신만의 삶의 적정 '자동 설정장치'를 찾아서 항상 켜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좋은 장치가 고장 나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하는 지혜도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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