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마스크 쓰기
[대구논단] 마스크 쓰기
  • 승인 2023.03.23 21:3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공원 길을 걸으면 ‘야외 마스크 쓰기 전면 해제’가 꽤 오래되었는데도 여전히 마스크를 쓴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50% 정도는 마스크를 옳게 쓰고 20∼30%는 턱스크를 하거나 마스크를 손에 들고 다닌다. 턱스크를 하는 사람들도 3, 4인 이상 함께 가는 사람을 만나면 별수 없다. 함께 가는 사람들은 조용히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횡대로 길을 막으며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고, 즐거운 일이 많은지 웃고 떠든다. 그들의 옆을 지나가려면 곧 비말이 얼굴에 묻을 것 같다. 그때는 턱스크를 올려 마스크를 바로 쓴다. 시내 도로에서는 마스크를 한 사람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NO 마스크를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찜찜한 모양이다.

찜찜한 것은 지하철도 한몫한다. 대중교통 마스크 해제 이튿날이다. 차내 방송에서 마스크 쓰기 홍보 방송이 나왔다, ‘손님 여러분은 마스크를 꼭 쓰시라’라는 방송이다. ‘마스크를 쓰라’는 방송이 아니라 ‘꼭’ 쓰라는 것이다. ‘꼭’이라는 말이 걸린다. 교통공사는 공기업인데 정부 시책과는 따로 간다. 공기업이 정부 시책에 의도적으로 따르지 않는지, 안전에 너무 예속된 것인지, 담당자가 방송 내용을 수정하는 것을 게을리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지하철 승객은 젊은 사람 몇을 제외하고는 90% 이상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그런데 문제점이 있다. 차 안에서 승객들이 옆 사람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줌마들은 두 사람 이상 앉았다 하면 대부분 이야기가 많다. 주위 승객은 그들을 피해 다른 자리로 옮기기도 하고, 옮길 곳이 없는 승객은 내릴 때까지 계속 불편한 기색이다. NO 마스크 시대에는 교통공사에서 이런 점을 간과하지 말고 홍보 방송을 수정 보완하여야 한다.

최초의 마스크는 약 2천년 전에 호흡기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로마의 철학자 프리티(Pliny)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 후 인류 최대 질병이라는 흑사병이 창궐한 14C와 17C에 의사용 안면 덮개와 부리 마스크가 발명되어, 마스크는 코로나 시대의 스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마스크 쓰기가 전면 해제되어도 많은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나라는 의료시설에서만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였다.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여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이집트 외에 없었다. 심지어 백신 예방 접종률도 영국은 9%, 미국은 11%였고, 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백신 접종 때문에 말썽을 많이 피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마스크 대란까지 일어났다.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전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시작되었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한 시민들이 앞다퉈 마스크를 구매하면서 마스크 수요가 폭발했으나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마스크 확보를 위해 ‘약국 한 곳에 100개씩 판매’ ‘마스크 5부제 구매’ 등 긴급대책을 시행하였으나 6개월이 지나야 안정되었다.

우리 국민의 마스크에 대한 애착은 유별나다. 외국 선진국은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누구 하나 항의하는 사람 없었고, 오히려 마스크 쓰는 것을 거부하는 운동도 펼쳤다. 이는 우리 국민의 마스크에 대한 신뢰와 코로나를 이겨 내겠다는 의지와 끈질긴 생명력을 엿볼 수 있는 일이다.

이어령 교수가 우리 국민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2천여 년 동안 중국과 일본에 의해 행해진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우리 민족은 삶의 의지를 불태워 왔다. 거기다 조선 조정의 능지처참, 부관참시 같은 인간의 존엄을 무시한 형벌은 인간 생명에 대한 애착심을 굳건하게 하였다.

코로나는 확진자 7억여 명, 사망자 700만여 명으로 인류 역사에 깊고 큰 상처를 남겼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을 독감 접종과 비슷한 방식으로 연 1회 실시하기로 하였다. 코로나는 당분간 흑사병 이후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전염병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전문가는 ‘승객 사이가 1∼2m 떨어져 있다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되지만 출퇴근길 혼잡할 때는 그렇지 않으니 마스크를 쓰는 것이 감염 차단에 효과적’이라면서, 앞으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으니 본인 스스로 ‘상황별 맞춤형 마스크’ 착용을 잘해야 코로나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하였다.

이제 우리는 재채기가 나오면 소매로 입을 가리고,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마스크를 쓰고, 사람들이 운신하지 못할 정도의 스포츠, 예술, 집합시설 출입을 자제하여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