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자연과 함께 호흡하기
[치유의 인문학] 자연과 함께 호흡하기
  • 승인 2023.03.2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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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꽃이 핀다.

꽃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어떤 지인은 밤에 핀 목련을 보고 터지는 팝콘에 비유했고 어떤 이는 만개한 벚꽃을 보고 한낮의 축포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렇게 3월은 모두가 시인이 되는 시간이다. 가장 맛있고 가장 즐거운 이미지를 꽃에서 느끼는 이 시간들이 어쩌면 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인지 모른다. 신이 인간을 너무 사랑해서 꽃을 선물로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에 인간은 신을 위해 음악을 선물 했다지…. 그래서일까? 꽃과 음악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우연을 인연으로 연결하는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최고의 퍼포먼스 선물이다.

3월의 꽃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꽃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겨우내 차가운 바람과 세상을 다 얼려버리는 혹한의 고통 속에서도 기어이 희망의 꽃을 피워낸 인내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봄의 전령사 매화가 ‘설중매’란 이름으로 자신의 격조를 올리고 군자의 반열에 오른 것은 차디찬 고통의 시간을 견딘 이미지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주변 눈을 뚫고 나오는 봄의 전령사 노랑색 복수초가 ‘복福’과 ‘장수壽’를 뜻하는 복수초의 이름을 얻게 된 것도 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을 사람들이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감탄하는 고명은 그러고 보면 그냥 얻어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자연이나 사람이나 똑같다.

필자에게 개인 상담을 오시는 분들에게 필자는 아주 특별한 미션을 준다. 숙제는 아니고 미션이다. 숙제는 하기 싫어하지만 미션이라고 하면 다들 흥미로워 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 오는 상담 외 시간은 상담사의 미션을 수행하며 자신의 내면과 직면하는 또 다른 치유의 시간이다. 그래서 필자는 상담 외 내담자에게 드리는 미션을 매우 살뜰하고 정성스럽게 챙긴다.

필자가 내담자에게 드리는 미션은 의외로 엉뚱하다.

“큰 나무를 1분간 껴안아 보고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글로 적어오기” “누워서 하늘을 보고 구름이 만드는 그림이야기를 글로 적어오기” “흐르는 냇물에 손을 1분간 대고 그 느낌을 글로 적어오기” “바람을 손으로 1분간 느껴보고 그 느낌을 글로 적어오기” “2명 이상의 사람들과 허그를 하고 감동을 글로 적어오기”

어때요 여러분 진짜로 많이 엉뚱하죠? 그런데요, 정말 신기하게도 많은 분들이 필자의 엉뚱한 미션 과제에도 불구하고 다 해온다는 거다. 피식 웃으며 나가지만 다음 상담 때 한분도 빠짐없이 잘 해온다. 사실 나도 그게 궁금하다.(웃음) 상담 전에 상담사의 지시사항을 잘 따르겠다는 서약서 때문이냐고요? 아니다. 자신들이 수행한 미션을 가지고 공감나누기를 해보니 처음엔 다소 쑥스러웠지만 하고나니 정말 많은걸 느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나무를 안아보라는 미션에서는 나무로부터 위로를 얻었다고 했고, 구름을 만드는 그림이야기 미션에서는 하늘과 구름이 들려주는 치유의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냇물과 바람을 느껴보라는 미션에서는 자연의 부드러움과 온화함을 느꼈다고 했고 사람과의 허그에서는 굉장한 위안과 삶의 의미를 함께 찾았다고까지 말했다. 세상에 이런 엄청난 결과가 나오는데 어떻게 자연과 함께하는 호흡의 미션을 내지 않겠는가?

우에하라 이와오 선생은 자신의 저술 <내 몸을 치유하는 숲>에서 자연을 ‘회복의 공간’ ‘치유의 공간’ ‘용서의 공간’이라고 했다. 자연을 구성하는 나무와 물과 구름과 바람 중 어느 것이 회복을 담당하고 치유를 담당하고 용서를 담당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연의 전체이든 부분이든 우리 스스로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순간 우리는 분명 회복되고 치유되며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사실이다.

고구려 중기 때 우리의 옛 영토 집안에 만들어진 장천1호분에는 거대한 나무가 바닥에서 천장까지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치 아바타에 나오는 생명의 나무처럼 신수神樹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신물神物들이 모여든다. 우리 조상들은 고분벽화 속 나무를 속계와 천상계를 이어주는 매개체며 성수聖樹라고 여겼다. 제임스 카메롯 감독이 만든 2010년 영화 <아바타>에서는 생명의 나무와 영혼의 나무가 나온다. 생명의 나무는 나비족들이 함께 생활하는 삶의 일부이며 자신들의 분신이다. 그리고 영혼의 나무는 나비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해주는 영적 분신이다. 이렇듯 동서양을 떠나서 우리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것이 자연과 연결되어 있고 그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위로받고 치유 받는다. 자연과의 교감이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자연과 접속하고 교감하고 공감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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