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야산에 나무 심고 식물 기르고…이곳이 ‘우포 무릉도원’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야산에 나무 심고 식물 기르고…이곳이 ‘우포 무릉도원’
  • 채영택
  • 승인 2023.03.2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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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일상 속 소소한 봄맞이
주매리 야산의 변신
우포늪 바라보이는 주매리 야산
복숭아 나무 60그루 심기 성공
포크레인 비용 포함 116만원 들여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가꿔
호스 연결 후 물 주니 마음 편안
복숭아나무2
우포늪이 바라보이는 주매리 야산과 밭에 복숭아 나무 60그루를 심었다. 필자는 이전부터 가장 아름다운 나무 꽃 중의 하나가 복숭아 꽃인 도화(桃花)라고 생각해 그 나무들을 심고 싶었다.

겨우내 옷을 벗었던 수목들에게서 파릇파릇 새순이 돋고 있다. 산천에는 봄꽃이 앞다투어 개화하고 있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대지가 기지개를 켜면서 생동감을 되찾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자연과 함께, 자연 속에서 사는 필자의 일상도 자연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는 더 적극적으로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다.

◇고라니 음식 이야기

대구 수성구 대구농업마이스터고에서는 매년 주민들을 대상으로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업의 기회를 준다. 4월 경에 시작해 11월이면 한 해 농사가 끝난다. 올해 1월 쯤 이곳에서 버려진 상추, 시금치, 그리고 파 등을 수성구 욱수골의 3평 밭에 옮겨 심었다. 2월말 쯤 가보니 시금치, 상추, 무를 고라니가 먹어버렸다. 본의 아니게 고라니에게 먹이를 준 결과가 돼버렸다. 겨울철이라 먹이가 부족한 고라니에게는 부드럽고 상큼한 음식이 된 셈이다. 먹이를 줄 생각은 애초에 없었는데, 먹이를 준 결과가 된 것이다.

그런데 고라니가 전혀 먹지 않은 채소들이 한줄 그대로 있었다. 안 먹은 채소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고라니가 먹지 않은 것은 대파와 쪽파 등 파 종류였다. 왜 다른 종류는 다 먹었는데 파 종류 채소만 안 먹었을까. 냄새가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고라니는 우리나라에서는 개체수가 많고 농작물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혀 문제아가 꼽히는 야생동물이다. 우리 인간은 싫어하지만 , 고라니 자신도 살아가야 하기에 당연히 먹은 것이라고 항변할 것 같다. 세계적으로는 귀한 멸종위기 종이라고 한다. 그런 고라니가 대구 수성구의 산에서 잘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날 나는 대파들을 비롯한 파 종류와 한 개 남은 시금치에 물을 3번이나 주고 진달래 꽃을 보면서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무릉도원 이야기

필자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하던 직장 생활을 2019년 11월에 끝내고, 프리랜서로 강연과 지자체 평가 등을 하면서 지낸다. 가끔은 논문을 쓰기도 한다. 남들이 싫어하는 논문쓰기일 수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생태관광 분야를 다루니 이 또한 즐겁다.

올해로 환갑줄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할 일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생태를 주제로 내가 창시한 생태춤, 생태 시, 생태 노래 등의 생태융합콘서트로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인을 대상으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사람인, 에코테이너(ecotainer)가 되자”는 것이 필자의 목표다. 일반인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생태와 습지 등에 대해 강연하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그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삶 또한 즐거운 삶이 된다고 여기고 있다.

◇봄이면 먼저 피는 매화꽃

차디 찬 바람과 추운 날씨의 겨울을 이겨내고 매화가 피니, 오랜 세월 매화나무는 우리 인간들에게 많은 영감과 가르침을 주었다. 매화와 관련된 이야기와 인문학이 얼마나 많은가.

매화꽃이 지천으로 피는 매화농장 하면 광양의 홍쌍리 여사의 매화 농장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대구 인근 칠곡 송광매원의 서명선 대표 이야기도 유명하다. 서 대표는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용감하게) 일식집을 경영하다가, 일식집 식중독 사건을 계기로 전통매실인 송광매에 관심을 갖게 돼 송광매원이라는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매실로 매실청과 식초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고 판매하며, 매화축제와 음악제 등 관광 관련업도 하고 있어 서 대표는 오늘날 자주 회자되는 이른바 ‘6차 산업’의 선구자라 할 만하다.

경남 양산시 원동역 부근에서는 매화 축제가 열린다. 봄에 가장 빨리 피는 꽃 중의 하나인 매화를 주제로 축제를 하니, 시간대가 맞으면 한번쯤 찾아볼 만하다.

얼마전 오랫동안 가보고 싶던 원동역 주변 매화농장에 지인 2명과 함께 다녀왔다. 두 사람은 부산에서 왔고 나는 대구에서 갔다. 경산역에서 원동역으로 가는 기차편은 많지 않었다. 오전에 세 편 있었는데 6시대에 한번 7시 대에 2번 있었다. 오전 7시 20분 기차를 타고 가니 8시 30분 경에 도착했다. 약속보다 1시간 가량 먼저 도착해 원동역 주위를 둘러보니 작은 집들이 옛날 기찻길 옆 오막살이처럼 있었고, 파란색의 카페도 보였다. 카페 바깥에는 키 작은 수선화를 비롯해 오래된 T.V도 있었다.

오전 9시부터 문을 연다고 쓰여져 있어 시간에 맞춰 들어가니 인상 좋은 남자분이 반갑게 맞이했다. 카페 내부에는 옛날 재봉틀 위에 나무를 올려놓은 탁자와 아기자기한 여러 가지 소품들이 있었다. 귀엽고 이쁜 소품들이었다. 주인 남자분은 재가복지센터를 운영하면서 인생2막을 보내고 있고, 작고 아름다운 이 푸른색 카페는 부인이 운영한다고 했다.

카페에서 나와 매화가 많은 곳으로 지인들과 걸어가는데 그 옆으로 낙동강과 지나가는 기차가 보였다. 좀 더 가니 사람들이 매화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있는 모습이 보았다. 길 위에서 농장으로 내려가니 ‘순매원’이라고 돌에 새긴 농원 이름이 보였다. 이곳이 그 유명한 매화농장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넓지 않은 곳이지만 오래된 매화나무 그늘 아래에서 방문객들이 음식을 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었다. 이 크지 않은 곳에서 매화 축제가 열리다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기차소리 소음으로 인해 눈길을 끌지 못할 이곳에 매화를 심어 매화꽃이 휘날리는 나무 밑에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명소로 탈바꿈시킨 주인의 아이디어가 놀라웠다.

창녕 우포늪 가까운 곳에 주매리라는 마을이 있다. 주인 주(主)에 매화 매(梅)라는 이름을 쓴다. 그곳은 필자의 선조들이 400여 년 살아오신 곳이다. 마을 이름과 관련돼 매화나무를 수십 그루 심었지만 여기저기에 심다보니 심은 표시도 나지 않았다. 그에 비헤 원동의 매화 농장은 매화나무 하나만을 집중적으로 식재한 덕에 장관을 이루었다.

지난주에 우포늪이 바라보이는 주매리 야산과 밭에 복숭아 나무 60그루를 심었다. 이전에 그곳에 매화와 자두 그리고 음나무 등 이것 저것 다양한 나무들을 심었는데 나무들을 정리하지 않다보니 잡목처럼 보였다. 포크레인 작업에 하루 일을 맡겨 정리를 하고 신비라는 이름을 가진 복숭아 나무들을 심었다. 필자는 이전부터 가장 아름다운 나무 꽃 중의 하나가 복숭아 꽃인 도화(桃花)라고 생각해 그 나무들을 심고 싶었다. 마을 친척분의 권유도 있고 해서 드디어 복숭아 나무를 60주나 심은 것이다.

하루 포크레인 작업 비용이 60만원인데 55만원으로 깎아주었다. 나무 60그루를 사는데 60만원이 들었다. 점심값까지 총 116만원을 들여 다른 모습의 야산과 밭으로 만들었다. 복숭아 나무가 많은 이곳을 ‘우포 무릉도원’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선녀가 놀다간 복숭아정원이라는 ‘선유도원’ 이름도 좋다고 생각된다. 주변분들의 조언을 더 들어 그럴듯한 이름을 다시 붙일 생각이다. 복숭아나무를 심고 그 밑과 옆에는 구절초, 벌개미취, 쑥부쟁이, 원추리 그리고 감국과 금낭화 등을 심고자 한다. 며칠 후 호스를 연결하여 심은 복숭아에 물을 주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부근에는 얼마 되지 않지만 원추리와 별개미취도 심었다. 벌개미취는 나물의 일종이라 이름에 취자가 붙어 있는데 우리나라 특유의 식물이다. 식용도 가능하고 꽃도 예쁘게 피는 자랑스런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올봄에는 봄나들이와 함께 주변 빈터나 화분 등에 식물 심기를 취미로 권해드리고 싶다.
 

 

노용호 <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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