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미흡 지적…재수사 요구
유족 측, 내달 대통령실 면담 요청

아들이 돌아오길 손꼽아 기다렸던 부모들의 머리칼은 하얗게 세고 손등에는 깊은 주름이 졌다. 장기 미제 사건인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 유족들은 아들이 인사말을 남기고 떠난 문지방에 멈춰 서서 32년간 아이들의 발자취를 찾고 있다.
개구리소년 사건으로 김종식(당시 9세) 등 5명의 아이를 잃은 유족들은 27일 또다시 돌아온 32주기 개구리소년 추모제를 맞이했다. 이날 故우철원(13세)군 아버지인 우종우씨는 추도사를 통해 “올해도 어김없이 와룡산 자락에 봄이 왔다. 그립고, 보고 싶다”며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렀다.
우씨는 “너희를 찾아 헤맨 지 3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세월 살아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고 미안하기만 하다”면서 “올해에도 잊지 않고 추모비에 꽃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억울함과 그날의 진실은 꼭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모임 회장은 추모제에서 호소문을 담은 성명서를 낭독했다. 나 회장은 사건에 대한 양심선언을 호소하는 한편, 정부 차원의 추모관 건립과 유족 심리치료·생계지원, 살인죄 진정소급입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유족들은 초기 수사 미흡을 지적하며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사건 32주기를 맞아 유족 측은 내달 초 대통령실에 관련 공식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우씨는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 저체온증 내지 자연사로 아이들이 죽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법의학팀에서 확인한 결과 이 사건은 타살로 확인됐다. 너무나 억울하다”며 “개구리소년 사건은 부실수사 의혹이 너무 많다.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진실을 밝혀주길 간절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구리소년 사건은 지난 1991년 3월 26일 성서초등학교에 다니던 다섯 어린이가 도롱뇽 알을 주우러 나갔다가 실종돼 11년 만인 2002년 9월 와룡산에서 백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경북대 법의학팀은 당시 유골 감정을 통해 ‘예리한 물건 등에 의한 타살’로 결론 내린 바 있다.
김수정기자 ksj1004@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