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스스로에게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게 하자
[화요칼럼] 스스로에게서 삶의 가치를 발견하게 하자
  • 승인 2023.03.27 21: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곽홍란 시인·문학박사
사람의 희망은 절망보다 강하고,

사람의 기쁨은 슬픔보다 강하며,

또한 영속적이다.

-버트 S, 브리지스

아름다운 인생에는 아름다운 인간관계가 있고, 고단한 삶에는 얽히고 뒤틀린 인간관계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살아가는 관계에는 늘 갈등이 공존한다. 갈등은 서로에 대한 감정, 욕구, 기대치의 상충에서 발생한다.

갈등이 발생하면 먼저 마음이 불편해지고 일상이 고통스럽다. 심리학에서 관계의 갈등과 악화를 촉발시키는 방어기제는 투사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책임을 수용하지 않고 타인에게 전가시키는 심리를 투사의 방어기제라고 불렀다. 사람은 관계를 맺을 때 투사의 심리는 무의식적으로 작동된다.

어느 날, 누군가의 말투, 행동, 표정 등이 불쾌하게 느껴지고 괜스레 분노가 일어난다면, 자신의 심리에 잠재된 상처와 결핍이 투사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투사가 반복적이고 강렬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부부, 자녀, 그리고 연인 관계이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와 욕구가 클수록 투사도 쉽게 일어난다. 특히 심리학자들은 부모에게서 충분한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하면, 그런 관계에서는 심리적 결핍을 충족 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고 말한다. 유아기의 소망된 욕구가 충족되지 못함으로 인해 투사는 발생되지만, 이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부모로부터 쏟아지는 파괴적 메시지다.

며칠 전 만난 H는 투사의 방어기제가 작동되어 관계의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의 연인 K는 유아기의 소망이 충족되지 않은 채 성장했고, 부모로부터 끊임없이 들었던 파괴적 메시지로 인해 살아갈 능력을 잃고 공황장애까지 앓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은 K를 스물여섯 살, 꽃다운 아가씨인 외적 나이로 바라본다. 그러나 K의 마음은 무너져 있었다. K는 자주 보채고, 분노하고, 칭얼거리고, 화내고, 오해하고, 공격하더니 이런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신경증은 우울증을 넘어 자해와 자살 시도로 이어진 것이다. K의 내면 심리는 파괴적 메시지에 중독된 채 마이너스 20세로 살아왔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계에서 방황하게 된 것이다.

생명력이 풍부한 사람들 중에는 투사의 방어기제에 매몰되어 있는 K를 “이제 스물여섯 살 , 한창인데 왜 그래?”라고 말하기도 할 것이다.

인간은 태어어나는 순간부터 유아적 소망을 가지고 있다. 그 상태가 심리적 0세이다. 사람은 성장에 따라서 70세가 되었을 때도 마이너스 70세로 남아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태어났을 때는 누구도 파괴적 메시지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주변의 관계에 따라 파괴적 메시지는 외부에서 주입된다.

유아기의 소망과, 성장하면서 주입되는 파괴적 메시지의 불일치는 개인의 인격에 상처와 신경증적 불안을 안겨준다. 그런 사람은 잠시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가 없다. 강박감에 떠밀려 불안한 마음이 나날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파괴적 메시지의 수용 정도는 두 부류의 인간형으로 나뉠 수 있다. 첫째는 피해망상으로 고달팠던 시간에서 자유롭게 헤엄쳐 나와 정상적인 품성을 가진 어른으로 살아가는 경우이다. 둘째는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잊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왜 항상 공격을 받았을까?’, ‘나는 왜 그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했을가?’ 그러면서 분노를 끄집어내고, 공격으로 발산하곤 한다. 이런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 된다. 파괴적 메시지와 상관없는 사람을 오해하고, 아예 화를 참지 못해 불특정 다수를 향해 공격하는 공포의 악순환에 휘말리게 된다.

어릴 적 겪었던 상처의 고통을 무시하거나 회피는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과거의 상처에 더 얽매이게 된다. 상처의 회복은 결국 자신이 스스로를 구제할 수 밖에 없다. 상처받았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받아들일 때 치유는 가능해진다. 관계에서 갈등이 유발될 경우 ‘내가 지금 투사를 하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깨닫는 시점이 바로 투사를 멈추게 하는 출발점이다. 그때 관계로부터 받은 파괴적 메시지를 긍정의 메시지로 바꿔 나에게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된다.

‘나는 멋지게 살아갈 가치가 있어.’, ‘나는 누군가에게 함부로 휘둘리지 않을 거야.’, ‘나도 그 누구에게 기쁨이 될 수 있을 거야.’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나는 이제 안심하고 살 거야.’ ‘나도 내 인생을 멋지게 경영해 볼거야.’… 이런 말들을 아침 저녁으로, 또는 틈나는 대로 스스로에게 들려주자. 어쩌면 이런 기도는 죽을 때까지 반복해야 될 지도 모른다.

투사가 나를 함몰시키지 않도록 뇌의 회로를 끊임없이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에게서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