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물길 하나
먼 바다로 가고 있다
사랑의 맥박으로
물에서 결은 끝없이 태어나고
바다의 한 자락이 되기 위해, 끝내
늙지도, 늙어 보지도 못하고
전 생애를 다해
갈 때까지 가 보는 것
물 밖으로 새벽이 걸어 나오는 시간
강물은 아직도 달을
보내지 못하고
◇임창아= 2004년 ‘아동문예’ 동시와 2009년 ‘시인세계’ 시로 등단, 시집 ‘즐거운 거짓말’, 동시집‘담과 담쟁이와 고양이’, ‘부엉이를 만났다’, 산문집‘슬퍼할 자신이 생겼다’ 등을 냈다.
<해설> 시인이 가보고 싶은 그곳은 바다다. “사랑의 맥박으로/물에서 결은 끝없이 태어나고” 아주 편안하고 쉬운 문장 같지만, 이미 이런 한 문장을 오랜 묵상의 결과물임을 시를 써본 사람들은 저절로 되는 문장이 아님에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하나의 화두(대상)를 두고 수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걸러내고 남은, 녹말 같은 문장일 터. 이미 한편의 시에 등장하는 여타 이미지들은 부가적인 요소들일 뿐이다. “늙어도 늙어보지 못하고”는 결국 제목의 “도착” 이라는 단어와 자연스레 연결 되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 곳? 이상향 아니면 욕망의 끝자락일 수고 있겠지만, 시인은 그곳에서 물 밖으로 걸어 나가려는 달을 아쉬워하고 있다. 강물 즉 바슐라르의 상상력에 비춰볼 때 여성 또는 여성의 몸에 근원인 출렁이는 물은 새로 태어날 생명까지 너끈히 품을 사랑의 맥박인 것이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