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국가 불균형발전의 책임: 정치와 학문
[대구논단] 국가 불균형발전의 책임: 정치와 학문
  • 승인 2023.03.2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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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교수
모두는 아닐지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대부분 국내산이며,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한국산 휴대전화기를 자랑스럽게 들고 다닌다. 더구나, 세계의 주요 호텔의 TV나 국제공항의 모니터는 대부분 한국산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잘 연결되는 무선인터넷은 세계 최고의 경지에 올랐으며, BTS 등 한류열풍은 전 세계 대중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최근 한국의 발전상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경지에 도달했다. 대한민국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거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한 것처럼 보여 매우 다행스럽다.

휴대전화기를 들고 아무 곳에서나 작업할 수 있고, 세계의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의 제품들을 사용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내가 쓴 논문은 국제적인 경쟁력이 있는가? 차마 부끄러워 얼굴을 들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세계 정치인들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배우기 위해 대한민국국회로 연수를 오고 있는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게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하여 세계 시장에 내놓을 길은 정녕 없는 것인가? 우리는 일제 식민지와 군사독재를 넘어 이룩한 민주주의를 왜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가 없는가? 최근 들어 공부하기 위해 우리나라로 유학 오는 학생들은 상당수 있다. 그렇지만, 선진 정치를 배우기 위해 대한민국국회로 연수를 오는 경우는 거의 들어 본 적이 없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경제적으로 선진화와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이룬 나라로써 노동자와 기업인들은 밤낮으로 전 세계를 누비면서 대한민국 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싸움박질을 하거나, 아니면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왜 이 에너지를 결집하여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정치체제, 이른바 지혜 민주주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인가? 국민의 눈높이에 턱없이 못 미치는 대한민국의 정치는 그야말로 한심한 수준이다. 정치와 학문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노동자들을 포함한 기업인들이 밤낮없이 일할 때 입법, 사법, 행정의 고위 공직자와 언론인과 학자들은 기득권층의 독배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국가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해야 할 정치와 학문이 경제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국민에게 큰 짐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15년간 280조 원을 투자하고도 가장 풀기 쉬운 인구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한심한 정치를 더는 해서는 안 되며,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이론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학자들에게 있다. 대한민국은 지역 불균형이 심각하여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소멸이 코앞에 와 있고, 저출산으로 국가소멸로 치닫고 있는 지경이다. 상당수의 대한민국 제품과 한류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데 국민의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대한민국의 정치와 세계 최고의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학문을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대한민국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빨리 정치적으로 민주화, 경제적으로는 선진화를 이루어 냈다. 참으로 대단한 저력임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압축성장 뒤에는 반드시 압축 문제가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대형 사건 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그 압축 문제의 제일 선봉에 대한민국 정치가 있고 그다음이 학문이다. 필자를 포함하여 관련자 모두의 깊은 반성과 뼈를 깎는 노력이 요구된다. 적어도 사회발전을 선도하지는 못할지라도 지구촌 시대에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머지않은 장래에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유엔을 선도하고, 학계에서는 노벨상이 쏟아지는 것이 허무맹랑한 꿈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나마 최근 세계 주요학회에는 대한민국의 젊은 학자들로 붐비고 있어서 정말 자랑스럽고,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양궁과 골프는 말할 것도 없고, 단연 세계 최고의 문자인 한글이 점차 인기를 더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제 무력(武力)을 넘어 문력(文力)이 지구의 모든 종과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였다. 바야흐로 홍익인간의 이념을 5,000년 만에 실현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여 정치인과 학자를 포함해서 모든 국민이 지극정성을 다하여 함께 만들어 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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