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좋아서 하는 일 <Ⅰ>
[문화칼럼] 좋아서 하는 일 <Ⅰ>
  • 승인 2023.03.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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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최근 중국계 젊은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의 내한 독주회가 몇몇 도시에서 열렸다. 그는 여러모로 우리의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비교된다. 이 두 사람의 강력한 공통분모, 바로 쇼팽콩쿠르 우승자라는 것이다. 2015 조성진의 우승 후 한국에서의 열광적 반응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히 다녀간 브루스 리우, 그러나 그의 음악이 던져준 보석 같은 아름다움은 많은 애호가들의 마음속에서 빛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조성진과 브루스 리우는 공통점이 너무 많아 그걸 헤아린다는 게 무의미 할 정도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이 두 멋진 젊은이들에게 눈에 띄는 같은 면모가 또 하나 있다.

최근 모 방송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조성진이 출연했다. 방송에 나오기 전부터 안 그래도 섭외하기 어려운 조성진, 이제 그 프로그램에 나오고 나면 더 만나기 힘들어질 것 이라는 불평 아닌 불평이 있을 정도로 화제였다. 나도 우연히 그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방송 중 그의 이런 말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취미로 뭘 할까 라고 생각하는 게 취미, 음악이외에 열정을 쏟을 만큼 좋아하는 것을 못 찾았다. 하루 종일 음악만 생각하지만, 그러나 ‘직업’ 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브루스 리우도 그랬다. 피아노는 나의 열다섯 개 취미 중 하나이다. 일로는 피아노를 치고 싶지 않다. 공연도 취미의 연장선일 뿐이다.

앞으로 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젊은 피아니스트, 만인이 부러워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직업으로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좋아서 하는 거라는 말에 이제 이십대 중후반에 불과한 두 사람이 이룬 경지에 대한 설명이 되는 것 같았다. 동양인 최초의 쇼팽콩쿠르 우승자이자 브루스 리우의 스승이기도 한 베트남의 당타이손이 조성진에 대하여 평가한 말이 있다.음악연주에 있어서 아시아인들은 과한 감정을 취하는 경향이 있는데 비하여 조성진은 지성과 감성 그리고 감수성과 이성의 균형을 잘 갖추고 있다. 이것은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그는 완벽한 피아니스트의 예시라고 본다.

이러한 음악적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마냥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대상인 음악을 온 종일 생각하고 또 대화하는 가운데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그만의 언어, 조성진의 음악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조성진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 것 같다. 나처럼 피아노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도 그의 음악을 들으면 군더더기 없이 뭔가 단정하고 깔끔한, 그러면서도 완벽한 조형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브루스 리우는 이름도 그러하지만 눈빛과 자세가 우리들 청춘의 시절 우상이었던 브루스 리를 연상케 했다. 그래서 그런지 SNS상에서 그의 팬들끼리는 그냥 브루스 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시크한 무대매너 그러나 그의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었다. 이번 내한 독주회 첫 스테이지, 바로크 시대 하프시코드 음악인 ‘장 필리프 라모’의 작품 연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장해제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재작년 쇼팽콩쿠르 우승 후 가진 내한 공연 당시 불과 한 달 만에 많이 다른 해석으로 연주 한 것이 큰 화제 이었다고 한다. 이런 면모는 유연성이 없으면 결코 나타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브루스 리우가 음악 외에도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음악만 들고 파도 어느 경지에 도달하기 어려울진대, 그 많은 취미 생활을 하려면 당연히 시간을 투자해야, 또는 했어야 할 텐데 과연 그게 가능해? 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이런 행보가 가능하려면 결국 그것은 좋아서 하는 것에 더해 엄청난 몰입의 힘이 있어야 설명이 될 것이다. 그의 어떻게 보면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경험은 그의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리라 짐작된다. 리우의 말처럼 일로서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그의 취미, 피아노 연주가 쭉 이어지길 바란다. 그의 이런 남다른 자세는 우리에게 새로운 청량감으로 자극을 줄 것이 틀림없다.

조성진은 이번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지금까지 700~800번 연주하지 않았을까? 그 가운데 정말 만족한 연주는 10번 정도? 그를 무척이나 아끼는 정경화도 그랬다. 성진이는 매우 겸손해서 모자란 점은 어떻게 해서든 배우려하기 때문에 계속 성장할 것이다. 브루스 리우는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조성진은 오직 음악만 생각하며 끊임없이 정진한다. 이처럼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좋아해서 음악을 하는 매우 귀중한 공통점을 두 사람은 가지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펼쳐나갈 음악세계가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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