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곽티슈
[좋은 시를 찾아서] 곽티슈
  • 승인 2023.03.2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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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가경 시인

주전자 입김이

팔팔 끓는 보성 차밭을 거닐고 있어요
 

네모난 상자 속에 갇혀서 때를 기다리지 않을래요
 

시간과 정성을 얼마동안 끓여내면
 

입안에서 머리까지 환해질
 

그런 향기를 머금을 수 있나요?
 

들판에서 온 푸른빛은

 

더는 버릴 것 없는 따뜻함
 

누군가 부정의 눈빛에 봄 햇살이 되어주려고
 

냉방 감옥 속에서 덜덜 떠는
 

미전향 장기수

 

그의 콧물도 닦아주려고

◇조가경(본명:조영희)= 경북 영양 출생. ‘서정시학’ 겨울호 신인상. 대구문인협회, 형상시학회, 죽영문학회회원. 시집 ‘달리는 거울’이 있음.

<해설> 요즘 너무 흔한 시인들과 차별화된 시인이 되고 싶어서 재등단을 하게 되었다는 시인은 등단자 선별이 나름 까다로운 잡지《서정시학》에 새로이 얼굴을 내밀었다. 아마도 시인의 시를 보는 안목이 바뀐 결과일 것이다,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곽티슈를 두고 기회주의에 편승하여 자신의 지조를 꺾는 전향 장기수를 상상한다는 것은 흔한 상상력은 분명 아니다, 주전자? 는 아마도 실제의 용기(살림 도구)로써의 주전자 이면서도 절대자 혹은 시인 자신으로도 해석되며 보성차밭을 그리고 차의 향기를 품은 그런 주전자로 상상의 범주를 넓혀가다가 네모라는 통을 감옥 이라는 상상이 손을 내밀게 되고 미전향 장기수에게 콧물 닦아주는 보드라운 종이로 다가가는 기발함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말꼬리를 물고 상상과 사유를 끌고 가는 자동기술법적인 유행의 시풍과는 한층 더 격이 높고 진일보한,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새로운 시 창작 이론의 한 초석을 놓고 있다. 마치 세상에 없던 당시의 인상파를 연상케 하는….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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