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대구복지논단]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승인 2023.04.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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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표 대구시 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최근 발의된 대한노인회법안에 의견이 분분하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고령사회에 대비한 노인복지정책을 담고 있는 법안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대한노인회의 임원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복지 전달체계를 무시한 채 대한노인회 시·도 및 시·군·구에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를 둘 수 있다는 조항으로 사회복지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문제의 조항들은 폐기된 김태호 의원이 발의했던 이전 법안과 유사한 내용이다. 당시에도 법안의 내용이 노인을 위한 복지정책보다는 대한노인회를 지원하기 위해 지나치게 무리수를 둔 법안이라는 비판과 함께 국민 정서에 맞지 않아 통과되지 못했다.

이미 대한노인회는 관련 법률에 따라 특수한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노인 관련한 여러 영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오히려 다른 클라이언트 집단과는 형평성 논란마저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법안은 대한노인회가 노인 당사자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전문성이나 사회적 신뢰도 확보하지 못한 채 노인복지시설, 노인 대상 체육시설의 운영을 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국·공유 재산을 무상으로 대부받아 사용하며 수익사업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그 수익에 대해 세금도 감면해 준다. 이 정도면 대한노인회는 특수법인이 아니라 슈퍼법인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노인 영역만 보더라도 더 심각한 문제가 산재해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아직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가 노인을 위해 제정해야 할 시급한 법이 겨우 대한노인회법이라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오히려 일부 정치인들의 이런 정략적인 행위는 우리 사회의 노인혐오를 부추기고, 세대 간 갈등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한노인회만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여 막대한 국고를 지원하는 법안을 과연 청년세대는 물론 다른 집단의 대상들, 심지어 취약계층의 노인들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할지 궁금하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자원의 공정하고 공평한 분배이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이런 철없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더 낮은 곳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노인에 대한 실질적이고 총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고독사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독거노인이 안심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다는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과 국을 약속해야 한다. 학대받는 노인들이 없는지 살피는 일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몸이 불편해 지역사회에 살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자신이 살던 곳에서 살 수 있도록 복지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은퇴 후에도 자신의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노인의 일자리와 취업 지원도 지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영역에서도 할 일이 그야말로 태산이다.

그런데도 위정자들의 선택이 대한노인회법이라면, 영화 제목처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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