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 20주년 맞아 ‘유럽형 시즌제’ 첫 도입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 20주년 맞아 ‘유럽형 시즌제’ 첫 도입
  • 황인옥
  • 승인 2023.04.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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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오페라·낮엔 관광…대구 ‘핵심 브랜드 콘텐츠’로
봄 자체 작품·가을 ‘국제적 축제’
TF 운영·업무 분장 등 조직 개편
지역 성악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자체 제작 역량 강화 작품성 ‘UP’
국제오페라축제 예산 고작 15억
구성원 노력에 열악한 환경 극복
부산·인천 등 후발 주자들 위협
시설 현대화·예산 지원 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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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시즌제를 새롭게 도입한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시즌제의 운영은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의 오페라극장 시스템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의 오페라전용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개관 20년 만에 유럽형 시즌제를 도입하며 명실상부 오페라전용극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봄 시즌인 3월부터 7월에 걸쳐 자체 제작한 오페라를 공연하며 오페라전용극장의 면모에 걸 맞는 행보를 시작했다.

◇ 시즌제 운영은 다양한 효과로 연결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시즌제는 봄과 가을로 구성된다. 봄 시즌인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한 공연을 무대에 올리고, 가을에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통해 오페라의 성찬을 펼치게 된다. 그 첫 시작인 올해 봄 시즌제는 3월에 2주간에 걸쳐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를 공연했다. 이어 4월 둘째 주와 셋째 주 금, 토, 일요일에는 3월 공연의 연장인 ‘토스카’와 4월에 새롭게 선보이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그리고 ‘피가로의 결혼’을 연속해서 무대에 올린다. 그리고 6월과 7월에는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총 6회 공연한다.

올해부터 시즌제를 새롭게 도입한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은 “시즌제의 운영은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의 오페라극장 시스템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자평했다.

시즌제 운영으로 얻는 기대효과는 다양하다. 먼저 ‘오페라 도시 대구’라는 인식이 정착되는 계기로 기대를 모은다. 봄 시즌에 대구에서 최상급의 오페라 공연이 펼쳐진다는 공식이 정착되면 밤 시간에는 오페라를 관람하고 낮에는 관광을 겸하려는 타지의 수요가 생겨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정 관장의 예상이다. 오페라가 대구의 핵심 브랜드 콘텐츠로 굳혀지고 관광과 연계될 것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봄 시즌에 대구를 찾으면 주말 3일간 각기 다른 3편의 오페라를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고, 또 시간이 맞지 않을 그 다음주에도 동일한 작품이 계속 공연되니 그때 보셔도 됩니다. 선택의 여지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시즌제의 운영은 지역 성악가 일자리 창출 효과도 낳는다. 더블 캐스팅이나 쓰리 캐스팅제를 적극 활용해 지역 성악가들에게 무대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봄 시즌이나 가을 축제에 타지에서 오페라를 관람하기 위해 타지에서 대구를 찾게 되면, 대구 시민들의 자긍심도 그에 비례해 높아지는 효과도 더불어 얻을 수 있다.

◇ 개관 20주년에 맞춰 오페라전문극장 시스템 구축 시도

그가 올해 새로운 기획들을 시행하는 데는 극장 개관 20주년이라는 무게가 작용했다. 지난 20년이 정착기였다면 이제는 도약기라는 판단이 있었다. 그 기조 아래 시즌제를 도입했지만 그에 앞서 준비 작업이 착착 진행됐다. 행정적으로는 태스크 포스 팀(Task Force Team)을 운영하고, 업무 분장을 하는 등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더 전문화되고 집중화된 조직력을 기반으로 시즌제를 도입하게 됐다.

시즌제의 도입에 앞서 그는 오페라의 본고장인 유럽의 오페라극장들을 두루 돌며 더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유럽의 8개 오페라극장들을 방문하고, 극장장들을 만났다. 물론 이들 극장들의 규모는 대구오페라하우스와 비교불가다. 각 극장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유럽의 오페라극장들은 500여명~800여명의 직원들로 운영된다. 성악가,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 스텝 등이 모두 극장에 소속되어 있어, 언제든 자체 제작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행정직과 기술직을 합쳐도 고작 30여명에 불과하다. 성악가는 물론이고 오케스트라나 무용단, 합창단 등의 소속 예술단 보유는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는 규모나 수치의 단순비교에 극장 운영을 가둘 경우 현상유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시즌제 도입을 통해 오페라전용극장의 면모를 갖춰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럽의 유수 오페라극장을 방문하면서 우리도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시스템화 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 선명하게 했던 것 같아요.”

대구오페라하우스 시즌제는 자체 제작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극장의 위상과 제작 역량이 담보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기획이다. 올해 시즌제 프로그램 4편은 모두 자체 제작한 작품들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지난 20년간 대국국제오페라축제를 개최하며 오페라 도시 대구의 위상을 드높여왔다. 특히 4~5년 전부터 제작 역량이 눈에 띄게 강화됐다. 끊임없이 자체 제작을 시도하고, 성악가와 지휘자, 연출가 등에서 최고의 출연진을 섭외하며 작품성도 높여왔다. “그동안 축적된 경험이 시즌제 도입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 대구오페라의 위상이 새로운 시도의 원동력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위상은 “한국 오페라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 가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대구 오페라의 수준을 단적으로 증명했다. 지난해 축제에서 명실상부 오페라의 도시임을 국내외에 입증했다.

먼저 오페라 ‘심청’을 대구오페라하우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무대에 올리며 호평을 이끌어낸 것은 큰 성과로 꼽혔다. 우리 설화 ‘심청’을 원작으로 세계가 인정한 작곡가인 윤이상 한국의 음악적 요소들로 녹여낸 한국 오페라 ‘심청’의 대구오페라하우스 버전은 “철저한 분석과 연출이 난공불락 ‘심청’의 문을 활짝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축제의 초청 작품 역시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바그너의 역작인 ‘니벨룽의 반지’ 전편을 독일 만하임 극장 작품으로 올린 것. 총 230여명에 의한 16시간에 달하는 공연을 4일에 걸쳐 무대에 올렸고, 서울, 부산 등지에서 오페라 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의 발길이 대구로 이어졌다.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공연이었다.

올해 축제의 개막작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를 배치한 것 또한 자신감의 발로다. 지난해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를 만하임 극장 작품으로 선보였다면, 올해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가 이어간다. 여기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를 통해 정통 오페라의 역사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극장측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음악사적으로 바그너 이후에 슈트라우스거든요. 바그너는 대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에서 많이 공연됐지만 슈트라우스는 국내에서 낯설죠. 하지만 이제는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나 ‘살로메’를 끄집어내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역사성이고 인문학적인 가치이니까요.”

대구오페라의 위상은 성악가들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오페라 제작 오디션 공고가 나면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최상급의 우리 성악가들이 앞 다투어 지원한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서는 것이 그들에게는 실력을 입증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의 반응은 대한민국 오페라 역사를 새롭게 쓰게 한다. 지난해 축제에 초연한 ‘심청’에 대해 해외 유수의 극장들에서 러브콜이 쇄도한다. ‘심청’은 2024년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 헝가리 에르켈국립극장, 이탈리아 볼로냐시립극장에서 초청공연을 펼치게 된다. 2026년에는 독일 오페라의 심장부인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우리 브랜드 작품인 ‘심청’이 유럽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200편과 등수를 매긴다면 30등 수준까지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 정 관장의 설명이고 보면, 실력있는 작품을 초청하는 것은 당연지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비용을 받고 유럽의 유수의 극장에 초청되는 것은 국내 오페라 역사에서 획기적인 일이다. 지금까지는 무대를 제공하는 수준에 만족하고 비용은 자체 조달하는 방식으로 해외교류를 펼쳐왔다.

◇ 글로벌 브랜드화를 위한 예산 안정화 시급

대구 산(産) 오페라에 유럽의 극장들이 돈을 지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 관장은 “대구 오페라의 저력”이라고 믿고 있다. 특히 극장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아이디어가 열악한 환경을 메워주는 원동력임을 피력했다. “최상의 오페라를 선보이겠다는 직원들의 기개가 대구 오페라를 계속해서 나아가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래가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난제는 예산이다. 연간 작품에 소요되는 비용은 30억원 정도다. 국립오페라단이 1년에 136억을 작품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열악한 현실은 더욱 선명해진다. 작품 한 편 제작하는데 고작 6억 5천만원 정도를 사용하는데, 국립오페라단은 14억원을 지불한다.

7~8개의 메인 작품과 부대행사들을 치루는 올해의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예산이 고작 15억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국립오페라단 작품 한 편 제작하는 예산으로 축제를 치루는 셈이다. 대구를 대표하는 글로벌 콘텐츠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직원들의 희생이나 관장의 네트워크로 부족한 예산을 메우는 것도 한계가 있다.

후발 주자들의 견제도 곧 시작된다. 부산과 인천에 세계적인 건축가가 설계한 오페라전용극장이 건립되고 있다. 그들이 극장을 개관하고 대규모 예산으로 공격적인 운영을 펼칠 경우 대구 오페라의 위상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미지수다.

노후된 시설의 현대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주차시설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지금은 대구삼성창조경제단지 내 야외 주차장을 활용하고 있지만, 부지사용 기한이 만료되면 주차대란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왜 오페라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오페라로 인해 대구라는 도시에 새로운 미학이 만들어지고, 품격이 올라가고, 관객들의 심성에 변화가 생긴다면 망설일 이유가 있겠느냐”는 정 관장의 반문이 돌아왔다. “인문학의 정수인 오페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인성을 조금씩 변화시킵니다. 오페라를 본 사람들 중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좋은 정치인, 좋은 경제인, 좋은 문화인이 나오게 됩니다. 오페라하우스는 바로 그런 일을 감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보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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