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나도 혹시 ‘콜포비아(Call Phobia)’?
[데스크칼럼] 나도 혹시 ‘콜포비아(Call Phobia)’?
  • 승인 2023.04.1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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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뉴미디어부장
최근 매스컴을 통해 자주 보이는 단어가 있다. ‘콜포비아’(Call Phobia), 전화공포증이다.

이달 초 아이유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절친인 유인나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 전화통화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제가 통화하는 걸 굉장히 힘들어 해요. 엄마랑 통화를 하더라도 일단 불편해요. 유일하게 안 불편한 사람은 매니저”라며 “아무랑도 통화를 못해요”라고. 아이유가 ‘전화공포증’이나 ‘콜포비아’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이후 전화공포증에 대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몇년 전, 샤이니의 키 역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화만 오면 가슴이 떨린다. 부모님을 제외하고 모든 전화가 올 때 두렵다”며 “문자는 오면 내가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전화는 내가 즉석에서 뱉은 말을 책임져야 한다”라고 전화공포증을 호소한 바 있다. 이쯤되면 ‘어, 나도 그런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별게 다 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화통화를 기피하고 통화보다는 문자나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현상을 콜포비아라고 부른다. 전화가 울리면 깜짝 놀라고 긴장을 해서 일부러 무음을 해놓는다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단순 현상을 넘어 증상이 심해지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해외에서는 전화공포증을 해결하기 위해 1시간에 무려 60만원에 이르는 컨설팅업체를 찾는 이도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사용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09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런 현상은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의사소통에 익숙한 MZ세대에게는 좀 더 흔하게 나타난다.

세대를 구분짓는 현상 중 하나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성격적인 영향도 크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거나 내성적인 성격일 때, 혹은 전화로 큰 실수를 하거나 비난을 받았을 때도 전화공포증이 생긴다.

우리는 하루종일 말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도 일상생활은 물론 업무가 가능한 세상을 살고 있다. 음식 주문, 쇼핑, 각종 예약도 앱을 통해 클릭 몇 번으로 가능하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환경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전화, 그것보다는 자판을 두드려 의사소통하는 것이 더 심리적으로 편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필자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출퇴근거리가 꽤 먼 편이라 차에 오르면 블루투스를 연결해 전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운전할 때는 운전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으니 그 시간을 이용해 음악을 듣거나 밀린 수다를 떠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통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 공포와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느정도 전화공포증을 겪고 있다고 스스로 진단을 내려본다. 편한 상대와 하는 통화와는 달리 업무와 관련된 전화를 할 때는 뭔가 어색하다. 되도록 전화를 피하려는 마음이 내면에 자리잡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해야 할 경우에는 미리 어떻게 이야기를 할지 메모부터 한다. 실수하기 싫어서다. 전화기를 들고 천천히 숫자를 누르고 신호음이 몇번 울려도 받지 않으면 (얼른) 끊는다. 전화가 연결되지 않을 때 안타까움보다는 오히려 마음 한 구석 안도감이 들 때도 있다. 전화를 끊고 나면 문자메시지 창을 열고 “안녕하세요”라며 용건을 전송한다.

최근에는 누군가를 만나면 전화번호를 주고 받기보다는 메신저 친구 추가정도만 하는 경우도 많다. 아무 문제가 없이 관계가 유지되어 왔는데 어느날 전화를 하려고 하면 아예 전화번호가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스마트폰을 몸에서 떨어뜨리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지만 막상 전화를 주고 받는 것은 어렵고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농담삼아 ‘수다테라피’라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말의 힘, 수다의 힘을 믿는 편이다. 음성을 통한 소통이 사라지는 것을 시대의 흐름이라고 그냥 받아들이기보다는 공포가 더 커지기 전에 오늘은 전화기를 들어볼까 한다. 아직은 목소리가 전하는 온기가 필요하다고 믿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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