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물의 뿌리
[좋은시를 찾아서] 물의 뿌리
  • 승인 2023.04.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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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숙

물에 부레옥잠을 심었다

뿌리가 환하게 보였다

몇 잎의 푸른 그늘도 비쳤다

평평하던 표면에

맑고 투명한 근심이 들이자

높이와 깊이가 생겼다

딸려온 개구리밥 물달팽이 함께 자라

꽃과 잎이 피고 졌다

살림냄새가 났다

내 안에 당신을 들인 때처럼

다른 물이 되었다

둥글고 단단한 공기 주머니를 달고서야

여러 갈래 뿌리를 내리는 물

이제 함부로 흔들리지 않겠다

◇ 전영숙= 2019년 시인시대 등단. 시집「나팔꽃이 입을 다무는 때」가 있음.

<해설> 연못을 오래 바라보다보면 바람이 일으키는 물이랑이 물풀이 자라는 곳에서는 잔잔하다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랬던 것처럼 전영숙 시인 또한 물에 부레옥잠을 심은 그 후의 물을 통해 이제 함부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어떤 확신을 얻은 듯하다. 당신은 그런 것이다. 나로 하여 푸름을 잃지 않는 것이며, 당신으로 하나 나는 흔들리지 않는 그런 것이다. 함께 딸려온 개구리밥도 있고 거기에 물달팽이까지 물의 세계를 이루는데 조력을 보테는 경지? 이게 우리네 살림이 아니던가? 물은 결국 여성인 것이며, 모든 생명이 생겨나는 터인 것, 이어서 낚시를 핑계로 머리가 복잡해진 현실의 나를 연못의 살아있는 생물들이 자꾸 부르는 것처럼.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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