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시집
[좋은 시를 찾아서] 시집
  • 승인 2023.04.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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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 시인

알뜰살뜰한 가격, 커피 두어 잔 값에

정신이 고귀해지다니

립스틱을 팔 듯 시집을 팔아서는 안 된다

후천적 귀족으로 진화하려는

꿈을 가진 이들에게 법공양을 올리듯이

바쳐야 한다

대학 도서관에서 시집을 버리다니

인간의 영혼이 이렇게 싸구려로 내팽개쳐지다니!

나라가 걱정이다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시가 맹렬히 소비되는 나라다

◇해인= 시와시학 등단, 저서 ‘몽골의 페미니스트 왕비들’, ‘시님이 무슨 죄가 있겠노’, ‘비로소 별이 되는가’ 있음.

<해설> 그러니까, 시는 정신이다. 두어 잔 커피 값이면 한 시인이 몇 년간 밤을 지새우며 쓴 환약 같은 시를 모아둔 시집을 살 수 있다. 한 시인의 정신을 맛볼 수 있다. 자본주의적 가치로 따지면 시는 싸다, 싸도 너무 싸다. 인쇄의 기술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서 일까? 마구 찍어낼 수 있어 그런 것일까? 본래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시가 요즘은 너무 값싼 대접을 받는 건 아닌가? 출가한 수행자로서 시를 쓰는 해인님은 아무도 고민하거나 묻지 않는 질문을 “시집”이라는 제목의 시를 통해 정신문화의 소중함을 간과하는 요즘 정치문화의 현실에게, 세태에게 일침을 놓고 있다. 시인들 또한 자신이 쓴 시를 세상에 내어놓을 때, 출가한 스님이 법공양을 하듯 지극함이 필요할 것이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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