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란 텃밭에 소복이 모여
얼굴 맞대고 속닥거리는 것들
꽃 피기 전에 캐내어
된장국 끓여 먹어야 했는데
이미 질겨서 먹을 수도 없는 것들
다 갈아엎고
상추, 고추, 가지 모종 심어야 하는데
꽝꽝 얼어붙은 땅
수없이 머리로 밀어내며 올라왔을
눈곱만 한 그 꽃, 짠해
차마 어쩌지 못하고 돌아오는 등 뒤에서
서로 멍든 정수리 호호 불어주는
냉이꽃들
텃밭 가득 웃는 얼굴들
◇곽도경= 대구 달성 출생. 계간 ‘시선’ 등단 . 시집 ‘풍금이 있는 풍경’과 시화집 ‘오월의 바람’이 있음.
<해설> 텃밭 가득 웃는 얼굴들을 시인은 본 것이다. 이처럼 일상의 흔하지만 쉽게 포착되지 않는 것들을 세심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시인이다. 일찍이 김춘수 시인도 “귀뚜라미 무릎도 젖는다.” 하지 않았던가. 냉이라는 풀 하나를 유심히 보기까지 시인은 자세 또한 낮추었을 것이다. 소리를 듣기 위해 세속에 찌든 귀를 열었을 것이다. 혼자서는 쓸쓸한 것들이 잔뜩 모여 있는 봄의 텃밭은, 멍든 정수리조차 서로 호호 불어주는 그런 하나의 세상이다. 권력의 힘으로도, 자본의 힘으로도 저 여린 꽃의 웃음은 막을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는 그런 사랑이 또한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어떤 암시의 메시지를 시인은 냉이꽃에 담아내고 있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