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제비들, 분지의 하늘을 날다
[좋은 시를 찾아서] 제비들, 분지의 하늘을 날다
  • 승인 2023.04.19 22: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가형 시인

3호선은 시민의 발에 꼭 맞는 꽃물들인 신발

그 신발 속으로 날아든 일곱 색의 물 찬 제비

지지베베지지베베 쉴새 없이 지지베베

이집트 투탕카맨 파라오의 머리 위에 올라앉았다가

휙 프랑스 에펠탑으로 또 페루의 마츄픽츄로 날아갔다가

빙그르르 돌아와 제 자리에 앉는다

복숭아빛 탱탱한 볼에서 패파민트 향기가 난다

앞머리는 몇 가닥은 분홍빛 찍찍이로 돌돌 말아 올리고

쫑긋 남색 깃을 세우고 어디로 몰려가는 갈까?

책가방은 어디 두고 홀가분하게 날아다니는지

눈과 귀를 간지럽히는 암놈 일곱 마리

깃을 까닥까닥 흠~~~ 이 파란 풋내들 좀 봐라

여기는 청라역입니다 라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훅~문이 열리자마자 밖으로 내달리는 제비들

저희가 가진 젊음이 얼마나 귀하고 대단한 건지

알기는 알라나 몰라??

◇유가형= 본명 유귀녀. 출생 경남 거창. 2001년 문학과 참작으로 등단. 2009년 아동문학평론으로 동시등단. 시집 ‘나비떨잠’ 외 3권이 있음.

<해설> 시가 발랄하다. 시속에 등장하는 일곱 마리 물 찬 제비도 발랄 신선하다. 이러한 발랄함의 소재를 가져온 시인의 내면 풍경 속 약간의 우려스러움과 걱정에도 청소년들을 보는 눈길은 긍정에 가깝다. 더러는 보수적 사고에 길들여진 어르신들은 혀를 차며 신세대들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세상은 어떤 식으로든 변하는 것임을 시인은 알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한마디 덧보태자면 “저희가 가진 젊음이 얼마나 귀하고 대단한 건지/ 알기는 알라나 몰라??”이다. 그러니까, 과거의 제비들은 강남 갔다 오는 게 다인 제비였다면, 요즘 제비는 이집트, 페루, 프랑스, 남미, 북극 그리고 과거와 현대도 미래도 쉽게 넘나드는 타임머신에 올라탄 제비일 터, 유가영 시인은 그런 발랄함을 더 극대화 시키려고 리듬의 변주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박윤배 (시인)-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