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봄이 가르쳐 준 인문학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봄이 가르쳐 준 인문학
  • 채영택
  • 승인 2023.04.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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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자연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 담론
냉이 이야기
길가에 납작 엎드려 살아가지만
뿌리는 땅 속 깊숙히 박혀 있어
보이는게 다가 아니라는 사실
이 자그마한 생물에게서 배워
자운영 꽃
추위 이겨내고 묵묵이 살아오다
고운 모습 아무 말 없이 드러내
사람도 뭉쳐야 힘이 나는 것처럼
골담초꽃
봄을 맞아 생기를 찾은 골담초가 꽃을 피우고 있다.
 
자운영
봄기운을 받으며 하나 둘 피어나는 자운영꽃.
 
우포늪팽나무
우포늪을 지켜온 팽나무의 위용. 묵묵히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떨어진벚꽃잎
떨어진 벚꽃잎이 봄이 한창임을 보여주고 있다.

◇꽂모닝 이야기

“꽂모닝이라고요? 이런 말 들어본 적이 있나요?”

오랫동안 알고 있는 익숙한 아침 인사말 ‘굳모닝’ 대신 꽃처럼 이쁜 아침 되시라는 아름다운 인사말이다. 이말은 대구에 사는 ‘입문학’ 창시자 오승건 시인의 독특한 인사말이다. 오 시인은 재미난 입담을 들려주는 ‘입문학’ 특강으로 유명하다. 며칠 전 함께 창녕 우포늪의 사지포 군락지를 걸어가는데, 길가에 납작 엎드려 살아가는 냉이를 보고는 오승건 시인이 말했다.

“이렇게 납작 엎드려 살아가지만 뿌리는 엄청 깊게 살아가지요.”

그말을 듣고 가만 생각해보니, 잎들은 납작하게 땅에 엎드려 있지만 가장 중요한 생명의 핵심인 뿌리는 깊게 박혀 잘 살아가고 있다. 밖으로 보이는 것은 작고 약한 듯 해도 내공이 강한 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향만 번지러한 것이 아닌 뿌리 깊은 생물에게서 배우는 냉이 인문학 시간이었다.

◇생태춤과 우포늪 산책 밴드 이야기

작년 5월부터 나무와 새 등 자연을 주제로 필자가 만든 ‘생태춤과 우포늪’을 좋아하고 관심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생태춤과 우포늪 산책’이라는 밴드를 운영하고 있다. 밴드 회원은 270여 명 된다.

밴드에 글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밴드의 글과 사진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경기도 고양에서 유치원을 운영하시는 박혜숙 원장님은 동심 어린 관점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글을 보내주신다. 방문한 곳의 사진과 동화같은 글은 밴드 회원들에게 감동을 준다. 감칠맛 나는 시를 보내주는 정상수 시인과 이주하 시인의 멋진 자연 주제 시, 김영도 박사의 농사기록도 이 밴드회원들에게 영감을 준다. 김 박사는 농사 찌꺼기 등 다양한 재료로 자연 거름을 만들어 마늘과 양파 그리고 옥수수 농사를 짖는다. 김 박사가 보내주는 글과 사진을 보면 그 분의 부지런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순한 유기 농업인의 마음이 전해온다.

밴드 회원인 박성수 한국 바다해설사 회장은 멀리 남미의 어느 나라에서 활동하면서 물고기 연구에 관한 글을 보내주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대구도시농업시민협의회 김성수 회장은 자연물을 활용한 생태체험거리 사진들도 보내주신다. 고교 동창 강신종 친구는 필자가 갖지못한 다양한 최신 기술로 콘텐츠를 만들어 보내준다. 모두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이분들의 글에 ‘좋아요’라고 관심을 보내주는 여러 회원들(김태준, 박재호, 성우경, 송미실, 오승건, 이경아, 윤재용, 하재원님 등을 포함한 다수 회원들)의 정성으로 밴드가 생각보다 잘 운영되고 있다. 밴드에 참여해 주시는 분들은 거의 매일 출석하여 좋아요를 눌러주신다. 글과 사진을 올려주는 분들과 함께 밴드가 활성화되도록 하는데 큰 힘을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예상외고 밴드가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은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신 덕분이다. 언젠가 밴드에 올라온 내용을 모아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정성이 담긴 작으나마 이쁜 책을 만들고 싶다.

◇이 좋은 봄날에 우포늪에 오시면

며칠 전 어느 합창단에게 우포늪 방문을 제안했더니, 합창단 회장께서 더운 곳이라 걷기가 힘들었다고 하기에 이분이 더운 여름날 우포늪 대대제방을 걸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우포늪에서 방문자들이 많이 찾는 곳은 창녕군 유어면 세진리 우포늪생태관 앞 코스다. 여름에는 너무 더운 곳이라 그쪽으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 여름 우포늪에서 오전 10시 이후 이 코스를 걷게되면 더위에 화가 날 수 있다. 부산에 사는 관광업에 종사하는 한 지인은 “왜 내가 이런 곳을 가야하느냐”면서 시원한 물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 갔다는 이야기를 했다. 더운 여름이라면 시원한 새벽과 따가운 햇빛이 누그러지는 시간인 오후 4시 이후에 대대제방 쪽을 걷기를 권한다.

필자는 우포늪을 찾는 손님이 오면 우포늪으로 바로 데려가지 않는다. 대신 한국에서 유일한 산토끼노래가 만들어진 이방초등학교를 먼저 방문한다. 사람들은 국민동요 산토끼노래가 만들어진 학교를 방문하고는 놀라고 즐거워한다. 방문객들에게 친숙하지만 모르던 뭔가를 보여주면 좋아한다. 반응이 좋다.

산토끼노래학교라고 불리는 이방초등학교나 산토끼노래동산 방문 다음엔 우포늪이 보이는 멋진 팽나무 언덕으로 간다. 다음엔 주매제방과 주매제방 끝에 있는 표지판을 보면서 걷는다. 그것엔 안내판에 수년 전 금귀고리 등이 발굴된 곳이라고 적혀있다. 요즘 사람들처럼 가야시대 사람들도 금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곳을 마산터 고분이라 부르는데 거기 가기 전 50미터 쯤에 우포늪으로 내려가는 작은 오솔길이 있다. 그곳엔 자연적으로 자란 창포가 지천이고 마름열매들이 여기저기 있다. 다음엔 TV에 나오는 소목나루터에서 사진을 찍으며 줄풀과 메자기 등의 수생식물들을 본다.

이후엔 목포제방으로 가서 제2전망대를 간다. 우포늪생태관과 제1전망대가 있는 유어면 쪽인 건너편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목포늪은 안개가 멋있는 곳이다. 그러곤 사초군락으로 간다. 징검다리를 건너기 전 왕버들이 물가에 멋있게 서있다. 수령이 100여 년은 됨직하다. 물가에 멋있게 서있는 왕버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감탄한다. 사초군락에서는 갈대와 물억새가 어울려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다. 억새들은 어디 살고 갈대는 또 어느 곳에 산다는 이야기가 맞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미국에서도 살고 한국에서도 살 수 있는 것처럼 식물도 자기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어디서나 적응하며 잘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다.

사초군락이라 불리는 이곳에서는 길가에 핀 자운영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지난 1일에 그 곳을 가니 자운영 꽃들이 벌써 보이기 시작했다. 제대로 많은 꽃을 보자면 4월 하순 쯤 되어야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어린 자운영들이 엄청나게 많이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에 그냥 생긴 것도 쉬운 일도 없다. 자운영들은 자신의 꽃 피움을 위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키워왔다. 겨울의 세친 바람과 추위, 그리고 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이겨내고 묵묵히 살아왔다. 그러곤 그 고운 모습들을 우리 인간들에게 아무 말 없이 보여준다. 사람도 서로 뭉치고 함께할 때 힘이 생기고 잘 보이는 것처럼 이 작은 꽃들도 그러하다. 1년에 한 번 만나는 자운영꽃들을 통해 또 배운다. 때를 기다리며, 혼자가 아닌 함께함으로써 함께 즐거울 수는 동고동락(同苦同樂)을.
 

 

노용호<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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