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동성로는 동성로다워야 살아난다
[박명호 경영칼럼] 동성로는 동성로다워야 살아난다
  • 승인 2023.04.23 20: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ㆍ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대구의 중심인 동성로의 명예회복을 위해 대구시가 발 벗고 나섰다.

이달 14일 홍준표 시장은 동성로 현장을 둘러본 뒤 “동성로 상권이 살아나야 대구 전체가 산다”며 동성로를 리모델링해 상권을 부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시는 동성로 활성화 대책을 통해 서울의 홍대거리와 같은 젊음의 거리로 만들겠다며 종합적인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홍 시장은 “젊은이들이 문화 공연을 즐기고 먹거리도 풍부한 새로운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동성로 거리가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관광특구로 지정하는 일을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한다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그래야 도로와 주차장을 확충하고, 조형물이나 시설의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성 있는 콘텐츠 매장을 개발하고, 야시장이나 벼룩시장을 개설하거나 공연 및 이벤트를 열어야 상권이 활성화될 거라는 주장도 있다. 상인회장은 젊은 층의 취향을 반영하여 볼거리·즐길 거리가 있는 콘텐츠 중심의 장소로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주거시설을 확대해 고정 인구와 유동인구를 동시에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성로는 1960년대부터 대구의 명동으로 불리며 젊은이들이 몰리는 거리이자 외지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관광코스였다. 40여년 이상 명실 공히 대구의 1등 상권이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부도심의 새로운 상권 형성과 유통구조의 변화 등으로 쇠퇴를 거듭했다. 특히, 2020년 집단 발병한 코로나19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에는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14.8%로 급증하여 전국 평균(6.9%)은 물론이고 대구 평균(8.2%)을 훨씬 앞섰다. 이처럼 동성로 상권의 침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양한 회생방안을 말하지만 동성로 상권의 활성화는 장소브랜딩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동성로라는 장소의 정체성을 무엇으로 규정하며, 차별적인 가치와 비전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가 최우선 과제다.

서울의 홍대거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모방할 수도 없다. 골목 경제학자를 자처하는 연세대 모종린 교수는 저서 『골목길 자본론』에서 홍대와 주변거리를 독특한 하나의 산업단지로 본다.

그곳은 관광, 음악, 연예, 문화예술, 디자인, 출판, 영상, IT 등 여러 비즈니스가 상생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생산, 주거, 오락 활동이 일어나는 고유한 장소라는 것이다. 홍대거리는 오랜 세월 동안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해 왔고, 독특한 브랜드가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동성로는 동성로다워야 한다.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히 구축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것은 ‘우리는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또한 꿈에 그리는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어떤 취향을 지닌 고객을 끌어들여야 하는 지를 깊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동성로 고객의 취향에 적합한 거리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려면 고객들에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동시에 그들에게 진정성 있는 고객경험을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다. 동성로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나 시설도 중요하지만 그것 역시 고객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라야 한다.

이처럼 동성로의 브랜드 정체성이 분명하게 인식되고 그것이 문화로 정착될 때 차별적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브랜드는 당연히 그곳의 상인들이 스스로 고민하며 만들어 가야하는 작업이다. 동성로 브랜드에는 장소가 상징하고 지향하는 고유의 특성과 그곳에서 활동하는 상인들과 거주자들이 공유하는 이념과 가치가 반영되어야 한다.

그래야 상인들에게는 장사하기 좋고, 거주하는 사람들은 편하게 살 수 있고, 고객들에게는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된다. 결국 고객들이 바라는 매력을 제공할 때 동성로는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나아가 적절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마련하고 적극 실천해나가야 동성로의 미래가 있다.

동성로 상권의 가치와 이미지는 어떻게 자리매김 될 수 있을까. 어떤 매력으로 고객에게 다가가야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까. 올바르고 확실한 해답은 없다. 단기간에 성과를 이룰 수 있는 묘안도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동성로 부활의 관건이다.

그것은 ‘동성로다움’이다. 상인회와 대구시 그리고 중구청이 머리를 맞대고 동성로의 정체성을 실현하는 방안을 찾아 뚝심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더불어 상인들 모두가 회생의 신념과 고객가치를 철저히 실천해야 동성로는 젊음의 거리로 재탄생할 수 있다.

“단지 돈을 벌려고 무언가를 할 수는 없다. 내가 믿는 신념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러면 결국 돈을 얻게 될 것이다.” 프라다의 3대 회장 미우치아 프라다의 말이다. 쓰러져 가던 프라다를 회생시키기 위해 그녀가 몸부림친 것은 프라다의 정체성을 자유정신으로 무장한 일이다.

동성로 상인들에게 절실한 교훈처럼 여겨진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