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노동력·고정인력 확보
이탈 극소수…제도 성공적 정착
“농장일 힘들지만 첫 월급 행복
돈 벌어 고국서 가게 운영 꿈”
농장주 “올해는 시름 덜었다”
郡 “미비점 검토해 보완할 것”
1만3천㎡ 규모의 이 농장에는 참외농사를 짓는데, 참외의 출하시기를 맞아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한쪽에선 수확된 참외를 씻어 컨베어벨트에 올리면 한쪽에선 크기에 따라 상자에 곱게 포장을 해 차에 싣는 작업을 반복한다.
인근의 마늘과 양파농장에도 내달 출하를 앞두고 근로자들이 연신 허리를 숙여 막바지 마늘쫑 수확과, 제초작업 등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초 필리핀 루바오시에서 고령으로 건너온 외국인계절근로자들이 농번기를 맞아 고령 일대의 참외와 딸기, 토마토, 마늘양파, 블루베리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 배치돼 수확과 파종, 포장 등의 일을 거들고 있다. 한국인은 농장주들 뿐이다.
다끼골 농장주 제종하(65) 씨는 “필리핀근로자들이 들어오면서 인력시장이 안정됐다”며 “지난해는 ‘일꾼’을 구하지 못해 큰 곤란을 겪었는데, 올해는 시름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고령군에서 실시하는 외국인계절근로자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고령을 비롯한 국내 농촌에는 4월과 5, 6월 농번기 3~4달 동안에는 아무리 웃돈을 줘도 ‘일꾼’을 구하지 못하는 등 노동력 기근현상을 보였는데, 최근 이들 계절근로자 도입으로 저렴한 노동력에 고정인력까지 확보되는 1석2조의 효과를 올리게 됐다.
지난 3월부터 이 농장에서 일을 하는 필리핀 노동자 캐서린(44) 씨는 “일은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 필리핀에 3명의 아이가 있다. 돈을 벌어서 아이들 학비와 양육비에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캐서린 씨는 또 “필리핀에서는 열심히 일을 해도 급여가 작아 돈을 모을 수가 없지만 여기서는 급여가 높은데다 숙식이 해결되면서 월급을 모두 고국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달치 월급으로 180만원을 받았다. 모두 고국으로 송금했다”며 “돈을 벌어서 고국에서 조그만 가게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블루배리 농사를 거들고 있는 줄리 펠리페(36) 씨는 “돈을 벌어 폴란드에 사는 언니집에 가고 싶다. 언니가 어렵게 살고 있는데, 여행도 하고 언니에게 용돈도 주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그는 “비닐하우스 일을 하면 엄청 덥지만 첫월급을 받는 순간 다 잊어버렸다. 꿈을 위해 부지런히 저축을 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고령군도 다른 농촌도시 못지않게 농번기 3~4달은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올해 필리핀 계절근로자 도입이 정착하면서 한시름을 놓았다.
고령군은 지난해 베트남 라이쩌웅성과 계절근로자 보내주기로 합의를 했지만 베트남 측의 일방적인 약속파기로 농민들이 심한 고통을 겪었다.
시행착오를 겪은 고령군은 지난해 9월 직접 필리핀으로 가서 신체적합도와 정신적인 문제까지 꼼꼼히 체크해 선발, 올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정정수 고령군 농업정책 담당관은 “올해 근로자모집을 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근로자들을 뽑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필리핀의 루바오 시장으로부터 ‘근로자 이탈방지’ 약속도 받아둔 상태다. 필리핀 루바오시 에스메랄다 피란다 시장은 오는 5월17일 고령군을 방문 자국의 근로자들을 격려한다.
이같은 수번의 안전장치와 헌신적인 노력으로 입국자 138명 가운데 이탈 근로자는 2명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자진출국 1명, 몸이 불편한 1명을 제외 하고 모두 제자리에 배치돼 일을 하고 있다
이남철 고령군수도 “지난해 베트남 근로자들의 실패를 거울 삼아 올해 계절근로자 도입은 현재 까지는 대성공”이라며 “이번 계절근로자 사업의 성과와 부족한 점을 잘 검토해 보완하고 농가 평가가 좋은 숙련근로자들은 재입국해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하겠다”고 말했다.
이채수기자 cslee@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