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호기심에 다 잃었어요” 재활 시급한 청소년 마약중독
“한순간 호기심에 다 잃었어요” 재활 시급한 청소년 마약중독
  • 이지연
  • 승인 2023.04.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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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약사범 33% 20대
10대 대상 표적 유통도 활발
전문가 “처벌만이 정답 아냐
재활 통한 재사회화 더 중요”
필요성 높지만 인력·예산 부족
대구 전문치료기관 단 2곳 뿐
마약류 범죄가 10대까지 번지면서 이들의 재사회화를 돕는 재활 치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예산은 물론 시설과 인력 등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대구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마약사범 검거 인원 578명 중 33%인 192명이 20대다. 5년 전에 비해 20대에서만 4배 가까이 증가했다. 30대도 같은 기간 2배 이상 늘었다. 온라인을 통한 높은 접근성으로 2030세대 증가세가 가파르다. 여기에다 전체 인원의 2%는 10대 청소년이다.

마약이 든 음료가 서울 강남 학원가에 돌면서 청소년 마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뿐 젊은 세대를 겨냥한 마약 유통은 수년 전부터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져 왔다.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로 광고성 문구에 쉽게 노출되고 호기심으로 접한 뒤 중독된 경우가 상당수다.

실제 마약 유통책들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다른 점을 악용해 일부 지방 클럽 등에서 무료로 돌렸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 정도였다.

2021년 경남 창원의 고교생 집단 펜타닐 사건에서 보듯 10대를 대상으로 한 표적 유통도 눈여겨봐야 한다.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나 코카인 등에 비해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다.

우연하게 접한 마약류라 하더라도 심각한 중독성을 가진 탓에 그야말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기계 엔지니어였던 20대 A씨는 “우연한 기회에 마약을 접하게 됐지만 직업은 물론 인간관계를 모두 잃게 됐다.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욕구는 컸지만 불법을 저지른 데에 대한 자괴감도 들고 치료나 재활 등 마땅히 도움받을 곳도 없어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마약사범 연령층이 하향되면서 젊은 세대들의 재사회화를 돕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순 이슈화가 아닌 문제 인식부터 올바른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경랑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상담실장은 “중독자 중에는 평범한 대학생도 많다. 마약 사범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교도소만이 답은 아니다. 오히려 더 배우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 회전문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경제적인 면에서도 재활 치료를 통한 재사회화는 더욱 중요하다. 효과성 측면에서 7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논문도 있다. 마약류 등 약물 중독 치료와 재활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지지만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기관은 전국 의료기관 24곳 중 지역에선 대구의료원 등 2곳이다. 재활 의지가 있는 마약류 중독자가 스스로 입원하거나 외래치료 신청 시 전액 무료로 입원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 두 곳에 불과하다.

정부는 올해 복지부 예산만으로는 동결됐지만 식약처 소관으로 증액돼 재활센터 증설 등 사후 관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마약류 전문 치료보호기관에 대한 예산으로 4억 1천만원을 기재부에 요청했다. 앞서 중독자 치료비용과 기관 인센티브 명목으로 28억 원 가량의 증액을 요청했지만 승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식약처 소관 예산으로 4억 5천만원 가량을 증액 받았다.

전문가들은 1020세대의 증가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초기 접근이 가장 중요하며 무엇보다 마약류 약물 예방 교육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식욕 억제제 등 다이어트 약을 통해 마약사범이 되는 애들도 있다. 10대들은 대체로 문제인식 자체가 없다. 충동적인 특성도 있겠지만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게다가 분별이 어려울 정도로 인터넷에는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한 교육으로 위험성과 결과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연기자 lj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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