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비대칭 다루기
[좋은 시를 찾아서] 비대칭 다루기
  • 승인 2023.04.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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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시인

초승달을 벽에 걸어두면 난감하다

벽이 일그러질 수도 있다

검붉게 금이 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급하게 중심선을 맞추다 보면

충혈된 고양이 발톱 아래 파도가 부서지기도 해

검푸른 밤을 벼리던 낫이 되기도 하는 달,

언제 낮이 될지 가늠하기 어려워

수평선 너머로 부메랑을 날려 보내면

해안선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어

가만히 두고 보는 게 달을 회복하는 일

저 혼자 쭈그러들었다 부풀기를 반복하다

혹시 거울이 되어 나를 잘못 비출까,

손잡이의 방향을 비틀어 본다

대칭, 비대칭으로

◇최지원= ‘월간문학’ 동시 신인상, 최치원신인문학상, 16회 황금펜아동문학상. 출판진흥원 창작지원금수혜. 동시집 ‘초승달 지팡이는 어디에 있을까?’, 시집 ‘얼음에서 새에게로’가 있음.

<해설> 거울 속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칭인 것 같지만, 비대칭인 걸 어쩌랴. 신이 만든 모든 것들은 어쩌면 비대칭이 아닐까? 하지만 신의 영감을 받은 인간들의 창조물 가운데는 대칭을 이루는 것들이 너무 많다, 대칭이 주는 안정감에 비하면 비대칭에는 긍정보다는 부정이 존재한다. 결국 비대칭은 고통과 번민 우울의 또 다른 모습이다. 시인이 초승달을 벽에 걸어둔 것도 중심선을 어떻게 맞출지를 고민하는 비극적 현실인식의 다름 아니다. 낫과 부메랑으로 초승달을 끌고 가면서, 고통의 자리에 시의 즙을 바른다. 새살이 오르듯 가만히 두고 보는 과정을 통해 이리저리 꿈틀거리면서 완전하게 둥근 보름달을 기다리고 있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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