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림', 우리가 집은 없지만…꿈은 있거든요!
영화 '드림', 우리가 집은 없지만…꿈은 있거든요!
  • 김민주
  • 승인 2023.04.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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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월드컵 실화 모티브
만년 2위 프로 축구선수 윤홍대
경기 망치고 선수 생활 최대 위기
이미지 쇄신 위해 감독직 맡아
공도 제대로 못차는 선수들과
다큐 찍겠다는 막무가내 PD
불가능한 도전 속 진짜 팀 돼가
이병헌 감독 특유의 유머 여전
박서준·아이유 연기 돋보여
진지·코믹 넘나들며 감동 선사
영화-드림2
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만년 2위인 프로 축구선수 윤홍대(박서준)는 라이벌 동료에게 밀리지 않으려 아집을 부리다 중요한 경기를 망치고 만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사기 혐의로 도주 중인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자극하는 기자와 육탄전까지 벌이며 선수 생활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홍대는 결국 이미지 쇄신을 위해 매니지먼트 회사의 반강요로 홈리스(homeless, 집이 없는 사람) 풋볼 월드컵의 감독을 맡게 된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올드보이 환동(김종수)과 딸과 함께 할 번듯한 집을 꿈꾸는 딸 바보 효봉(고창석), 이길 수만 있다면 반칙도 불사하는 범수(정승길), 에너지 넘치는 골키퍼 문수(양현민), 속내를 알 수 없는 영진(홍완표). 이들 중 득점은커녕 골대를 향해 제대로 공을 찰 수 있는 선수는 없다.

감독 역할이 내키지도 않지만, 떠밀려 맡은 대표팀 선수들은 축구를 하는 건지 택견을 하는 건지 모르겠고, 이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겠다는 PD 소민(아이유)은 웃는 얼굴로 할 말을 다하며 그의 영혼을 탈탈 턴다. 어떻게든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민의 요청으로 홍대는 의욕 있는 척 훈련을 지속한다. 환장할 것 같은 팀워크 속에서 불가능한 꿈에 도전한 이들은 점차 서로를 의지하며 진짜 팀이 되어간다.

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스물’, ‘극한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10년을 준비한 프로젝트‘드림’으로 돌아왔다. ‘드림’은 지난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새롭게 창작된 영화다.

홈리스 월드컵은 오갈 데 없는 노숙자들의 자립 의지를 키우기 위해 마련된 국제 축구 대회다.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홈리스 월드컵을 알게 된 이 감독은 홈리스들을 취재하고, 201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동행하는 등 무려 8년에 걸쳐 영화를 준비하고 완성했다.

‘드림’은 여타 스포츠 영화와 차별점이 있다. 영화는 일반적인 스포츠영화의 기승전결, 이를테면 우여곡절을 거쳐 성장한 선수들이 끝내 승리하는 쾌감을 보여주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 승부보다는 새로운 도전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또 힘들 거예요. 그래도 우리가 지금 왜 뛰려고 하는지 보여줍시다”

영화는 다양한 이유로 세상의 리그에서 밀려난 ‘낙오자’들이 모여 한바탕 멋진 낙오전을 펼치는 과정을 담는다. 그래서인지 쫄깃한 긴장감은 떨어지지만 그 이상의 값진 가치와 메시지를 담아낸다.

영화 ‘드림’ 감독 이병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드림’ 감독 이병헌.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1600만 관객을 ‘말’로 웃긴 영화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작품답게 ‘드림’에도 특유의 유머가 가득하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찰진 대사가 빠른 속도로 배우의 입을 통해 리듬감 있게 나오는 걸 보면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처음엔 유머, 티키타카가 눈에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유쾌함 속에 숨겨진 각 인물의 얼굴, 그들 각각의 ‘드림’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관객들은 ‘홈리스’가 아닌 ‘캐릭터’를 점차 바라보게 된다.

편견을 걷어내고 다가간 인물들의 삶과 꿈을 들여다보며 홈리스는 우리가 회피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한 이웃임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그들도, 우리도 모두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임을 보게 해준다. 그렇게 관객의 편견을 걷어낸 감독은 ‘감동’이라는 골을 넣는다.
 

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드림’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병헌 감독이 만든 필드 위에서 배우들은 환상적인 드리블을 펼친다. 박서준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장기를 발휘한다. 진지와 코믹의 경계를 넘나들며 극의 중심을 완벽하게 잡는다. 아이유 역시 섬세한 생활 연기로,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사연 없고, 밝은 캐릭터에 갈증이 있었다”던 아이유는 ‘드림’을 통해 또 한 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렇듯 ‘드림’은 박서준, 아이유라는 최강의 ‘투 톱’ 전술을 가동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미드필더의 역할에 가깝다. 결국 골을 넣으며 경기를 매듭짓는 것은 선수들이다. 김종수, 고창석, 정승길, 이현우, 양현민, 홍완표, 허준석.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배우들이 필드 위를 누비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이병헌 사단’이라고 불릴 만큼 이병헌 감독과 많은 호흡을 맞춘 배우들이 포진해있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꿈’에 대한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한다.

사실 영화가 실화이기에 어쩔 수 없는 단점도 드러난다. 어쨌든 스포츠 영화의 묘미는 성장 서사와 우승의 짜릿한 쾌감에서 나오지 않는가. 2010년 홈리스 월드컵에 처음으로 출전한 우리나라는 43개국 중 꼴찌로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선수들은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수 없을지라도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시합을 거듭해갈수록 상대팀에 예의를 갖추는 스포츠맨십도 배워간다.

승패를 떠나서 삶의 벼랑 끝에 선 이들의 눈부신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깨닫는다. 결국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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