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 안에서 작두콩 차 티백이 터졌다
차를 마실 때마다 콩이 입으로 들어왔다
콩을 피하고 물만 먹기 위해서 콩보다 작게 입을 벌렸다
입에서 걸러진 콩들은 입천장 입구 쪽에 붙었다
콩을 피해서 다른 자리에서 또 입을 벌렸다
더 이상 콩을 피할 수 없을 때
나는 그만 마실지, 콩을 다 씹어 먹어 버릴지
고민은 깊어졌다
어디에서도 진실을 발견하지 못하던 나를 끓이면
어떤 맛인가는 낼 수 있다는 확신이
구수하게 시작되고 있었다
나를 감싸고 있는 거짓의 껍질을
날선 작두의 날이 씹어 터트리면서
◇김도영= 대구 출생. <천년의 시작>으로 2021년 등단.
<해설> 끓는 물 안에서 작두콩 티백이 터진 것은 사실이고 사건의 전모이며 발견의 시작이다. 그 다음부터는 유추된 상상이 시작된다. 그런 상상은 상상으로 끝나지 않고 직관을 얻게 되면서 작두콩은 작두라는 이름의 아이러니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결국 시인은 진실과 거짓이라는 삶의 모호한 경계 또한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이기적인 경계가 아닌가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시인에게 가장 현실적인 것은 티백을 터트리지 않고 먹는 우려낸 찻물일 것인데, 이미 터져버린 티백에서 콩이 주는 방해 행위를 요리조리 피하는 입의 여러 동작을 재미있게 시로 옮겨놓고 있다. 또한 자신의 본능에 감춰진 거짓도 씹고 있다. 젊은 시인답게 발상이 기발하다.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