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대한민국은 과연 안전한 사회인가
[수요칼럼] 대한민국은 과연 안전한 사회인가
  • 승인 2023.05.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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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과거 안전이 개인과 지역사회의 건강과 안녕에 대한 위험의 개념이었다면 현대에는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자원이라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안전사고는 손상으로 이어지는 결과가 발생하는 사건을 의미하는데, 여기에서 손상은 생물학적,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결과 모두를 포함한다. 따라서 화재, 태풍,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건물 붕괴나 추락 같은 산업현장에서의 사고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이나 마약범죄 등도 크게 보면 안전사고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과연 안전한 사회일까?

본고에서는 몇 가지 통계지표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먼저 살펴볼 지표는 범죄발생률이다. 범죄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고,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요소라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범죄발생 건수는 2021년 기준 10만 명당 1,774건으로 2020년 2,015건에 비해 많이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는 이러한 추세와는 달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성폭력 발생건수는 모두 32,080건 이었으며, 이는 2020년 29,467건보다 상당히 증가한 수치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기술의 발달로 인해 통신매체를 이용하는 성폭력 범죄는 202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통신매체를 통해 일어나는 성폭력 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범인 검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성폭력 범죄의 미검율은 9.6%에 달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노령화 지수도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얼핏 보면 사회가 노령화 되는 것이 안전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재난안전법에서는 노인, 장애인, 아동 등을 안전취약계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즉 사회가 노령화 될수록 우리 사회의 안전취약계층 또한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우리사회는 2016년을 기점으로 노인인구의 비중이 유소년 인구의 비중을 앞섰으며, 2022년에는 노인인구의 비중이 17.5%에 달하고 있다. 유소년 인구 100명 당 노인 인구수를 나타내는 노령화 지수는 2022년 기준 152.0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지수는 2021년 139.5보다 12.5 증가한 수치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노령화 지수의 증가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노인들에 대한 사각지대가 많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노인기초 연금과 같은 물질적 지원만으로는 향후 심각할 수 있는 노인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방지할 수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 중 독거노인 비율은 2022년 기준 20.8%로 다섯 명 중 한명 꼴이다. 독거노인들은 부부나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들에 비해 만성질병 개수도 많고, 우울증 경험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아동 또한 안전취약계층이다. 더욱이 출산율이 저조해 심각한 인구문제에 봉착해 있는 대한민국에서 안전취약계층 중에 하나인 아동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동학대 피해 경험 아동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피해 건수는 인구 10만 명당 502.2건으로 2020년 401.6건에 비해 100건 이상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매년 아동학대가 급속히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아동학대의 가해자가 대부분 부모라는 점이다. 2021년 기준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45,854건으로 친인척 2,142건, 대리양육자 5,314건, 기타 1,263건에 비해 압도적이다. 특히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해당 통계는 매우 심각한 수치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모에 의한 학대는 해결 방안을 강구하기에도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다양한 안전사고를 경험하면서 물리적인 안전에 대해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전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더욱 중요하다. 건물이 무너지고 인명사고가 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위험 요소들을 줄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고는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인재(人災)이기 때문이다. 건물은 스스로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건설한 사람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과연 대한민국은 안전한 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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