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가정의 달에 반추해 보는 가정학대
[목요칼럼] 가정의 달에 반추해 보는 가정학대
  • 승인 2023.05.0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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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객원논설위원, 행정학박사
5월은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 21일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각종 기념일이 집중되어 있는 가정의 달이다. 특히 금년은 지난 3여 년 동안 코로나 19로 인해 우리의 삶을 옭아매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각종 기념일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사회단체에서는 다양하고 풍성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가정에서도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되면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름 주어진 형편에 따라 상대방에게 최선의 선물을 제공하여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보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를 한다.

가정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혈연공동체이며 생활공동체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는 말과 같이 가족 간의 관계가 우리 인간 삶에 있어서 행복의 척도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극히 일부 가정에서는 학대라는 가족 간의 일탈 현상으로 인하여 가족이 남보다 못한 상황이 되고 심한 경우 가정이 파탄에 이르게 되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학대란 사전적 의미로는 사람이 상대방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괴롭히고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그 대상은 자식, 부모, 노인, 부부간이다.

이와 같이 가정이 우리 삶에 있어서 행복의 척도를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의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동학대, 노인학대, 가정폭력 등과 같은 가정의 파괴 현상을 각종 언론 지상에서 보도되는 것을 접하게 되면 어떻게 가족 간에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하며 분노하면서도 자신의 가정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도 많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일들이 해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면 그냥 남의 일이라고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왜 이런 일이 나날이 증대되는 것일까. 필자 나름대로는 우리 사회는 서구 선진사회가 수백 년에 걸쳐 변화되어온 삶의 패턴인 농경사회, 산업사회, 지식정보화사회를 불과 수십 년 만에 거쳐 오면서, 각 시대의 주류적인 패러다임에 고착화된 세대들 간의 가정과 가족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학대'에 대한 인식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즉 농경사회나 산업시대에 있어서 학대는 주로 물리적인 폭력을 동반한 행위를 의미한 반면 오늘날에는 언어폭력이나 유기·방임도 학대의 범주에 포함된다. 따라서 가정에서나 학교에서의 체벌도 과거에는 훈육으로 치부되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엄연한 폭력으로 간주하고 가해자에 대해 처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언어폭력이나 유기·방임의 경우에는 그 자체가 학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따라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상대방을 학대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대가 늘어나는 것을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있어서는 안 될 행위인 학대의 대상에 경중(輕重)이 있을 수 없지만 그 대상이 특히 아동일 경우 사회적 공분(公憤)은 크게 일어난다.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사건이 종종 있어 왔지만 우리 사회에 가장 크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지난 2020년 10월 서울 양천구에서 발생한 불과 16개월 된 정인이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는 2021년 2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을 개정하여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하고 기존의 아동학대치사죄보다 처벌을 강화하여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형량을 강화하였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아동 학대 사망사건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역의 국회의원이 '아동복지법', '영유아보육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아동보호와 관련하여 병렬적으로 산재되어 있는 관련법들이 통합적인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아동기본법'을 발의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법체계가 미비하여 각종 가족 간의 일탈행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동학대를 비롯하여 노인학대, 배우자 학대 등등 우리 사회에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학대의 대부분은 가족 간에 일어나고 있으며, 사망에까지 이르지 않을 경우 가정 내부문제로 다루어지고 신고·처벌 등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특히 의사능력이 부족한 아동과는 달리 노인학대의 경우에는 피해자인 부모가 가해자인 자식의 처벌을 원치 않은 경우가 많아 수사기관에서도 적극적인 개입에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따라서 가정 내 학대문제는 초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고 극단적인 상황에 가서야 분출되기 때문에 해결이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결국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학대 문제는 학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해소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할 때에만 각종 대책을 내놓으며, 야단법석 할 것이 아니라, 학대의 결과가 자신의 삶과 가정의 행복을 어떻게 파괴시키는지에 대해 각종 매체와 교육기관을 통한 지속적인 교육만이 그 답인 것 같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가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더 이상 가족 간의 학대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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