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나를 잊어버리면 안돼
[치유의 인문학] 나를 잊어버리면 안돼
  • 승인 2023.05.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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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2020~23년 최고의 화두는 '코로나19' 그리고 '전쟁'이다.

예측할 수 없는 바이러스의 광기가 만든 냉전의 부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직면한 최고의 위협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도 되고 있다. 위기는 항상 기회와 함께 온다. 1, 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었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헤르만 헤세는 '전쟁의 유일한 효용은 바로 사랑은 증오보다, 이해는 분노보다, 평화는 전쟁보다 훨씬 고귀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야만과 죄악으로 가득찬 히틀러의 광풍 속에서도 '평화'와 '자유'를 외쳤던 100년 전 고독한 지식인의 신념이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기적 '자유'가 아니라 이타심의 '나눔'이다.

자신의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필자가 하는 제일 먼저 하는 상담이 다양한 심리척도 검사를 통해서 내담자의 현재 상태를 가장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파악하는 것이다. 상담 전, 심리척도 검사만 제대로 해도 내담자의 80%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그래서 필자는 이 과정을 정신의 엑스레이 촬영과정이라고 한다.

트라우마의 정서 관련 척도검사로는 우울 척도검사, 불안 척도검사, 자살 위험성 척도검사 이렇게 3가지가 있다. 내 마음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데 정서 관련 척도검사가 특히 많은 이유는 정서가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는 표준이 되기 때문이다. 정서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가장 솔직한 내 느낌의 표현이다. 따라서 정서는 내 행동의 동기이며 의식이자 무의식이다. 결국 정서는 내 안의 지킬과 하이드인 셈이다.

불안정한 내 마음이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고 있을 때 이 세 가지 척도검사는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내 마음의 현재 상태를 알려주는 마음의 지도 같은 것이다. 흔히 그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인격의 3요소를 '지·정·의'라고 한다. '지·정·의'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내 안의 빛이다. 여기서 지는 '지성知性'을, 정은 '감정感情'을, 의는 '의지意志'를 각각 상징한다. 하지만 각각의 요소들을 심리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좀 더 의미 있는 사실들을 읽을 수 있다. 그 속에서 자신의 심리를 분석할 수 있는 단초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내 안의 품격'이라 불리는 '지知'는 지식과 지혜의 의미도 있지만 인지와 인식, 분별과 이해도 있다. 그래서 발달한 심리학이 '인지심리학(connitive psychology)'이다.

이 부분이 잘못되면 흔히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는 의미의 멍청이가 된다. 영화 <꽃잎, 1996>에서 소녀는 오빠의 부음과 길거리에 널부러진 수많은 주검을 목격한다. 이후 계엄군의 총탄에 엄마의 죽음까지 생생하게 목격한 소녀는 이후 자신의 모든 기억을 놓아버렸다. 심각한 정서적 충격은 내 안의 나를 가장 먼저 죽인다. 그것이 위험을 피하는 가장 빠른 방법임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또 '내 안의 불꽃'이라 불리는 '정情'은 감정과 사랑이 본령이지만 희노애락과 열정, 그리고 애정과 애착도 있다. 그래서 발달한 심리학이 '정서심리학(psychology of emotion)'이다.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불렸던 <겨울왕국, 2013>에 등장하는 엘사가 잃어버린 것도 따뜻한 정서이고 교감이란 이름의 사랑이다.

어린 정인이를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양부모를 시작으로 일부 유치원 보육교사의 어린이 학대 사건들은 차가운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일으킨 폭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정서적 차가움을 타인에게 가하는 '정서적 폭력'이라고까지 말한다. 반복되는 일상, 지속적인 스트레스의 환경, 연이어 터지는 악재의 상황들은 사람들의 정서를 따뜻한 정서를 차가운 정서로 바꾸는 촉매제다. 만약 내가 하는 일에 회의를 느끼거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면 주저 없이 지금 하는 일을 잠시 멈추고 무조건 '쉼'을 찾아야 한다. 휴식에도 타이밍이 있다.

마지막으로 '내 안의 신념'이라고 불리는 '의意'는 쓰러진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강력한 욕구나 소망을 말한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동기에 목표가 명확하면 엄청난 추진력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단단하면 할수록 시련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위 타의 추종을 부러워하는 '의지의 한국인'이 된다. 최근 이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동기심리학(psychology of motivation)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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