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다시 맞이한 ‘가정의 달’ 5월
[박명호 경영칼럼] 다시 맞이한 ‘가정의 달’ 5월
  • 승인 2023.05.07 22: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계절의 여왕 5월에는 기념일과 축제가 몰려있다. 근로자의 날인 초하루를 필두로, 스승의 날인 5월 15일에 이어서 27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모든 지자체에서는 어김없이 축제를 연다. 5월은 또한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 오늘은 어버이날이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이 달은 젊은 남녀가 새 가정을 이루는 결혼 시즌이기도 하다. 가정은 사랑의 가족공동체며, 국가 사회의 견고한 기반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의 가정이 위기 상황이다. 사랑의 공동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가정이 해체되고 있다는 불편한 소식이 자주 들린다.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아리송하다. 그래서 가정을 이루는 부모·자식 관계와 부부 관계를 되돌아보게 된다.

원래 부모와 자식은 같은 DNA를 공유하고 있어 부모는 자식을 본능적으로 사랑한다. 이들의 관계는 변수가 아닌 상수다. 가수 장사익이 부른 ‘꽃구경’이란 노래가 있다. 아들 등에 업힌 노모가 고려장을 지내고 혼자 산을 내려 갈 아들이 길을 잃을까 걱정하여 솔잎을 한 움큼 따서 가는 길에 뿌린다는 가사의 노래다. 누구라도 눈물 없이는 도저히 들을 수 없다. 이처럼 부모는 자식을 본능적으로 사랑한다. 하지만 전혀 다른 DNA를 지닌 부부는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정상적인 가족관계가 유지된다. 서로가 다름을 알고 부족한 점을 메꾸어주어야 사랑의 공동체가 완성된다. 행복한 가정은 결혼으로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노력하여 만들어가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이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상대방의 부족함을 보완하고 신뢰의 관계를 맺고 그것을 이어가려는 의식적 노력이 있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를 돕고 배려하는 자세로부터 구성원 각자가 지닌 능력의 합계보다 더 큰 시너지(synergy), 곧 상승효과가 나온다. 이러한 시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반드시 구성원들의 능력과 자질은 물론이고 속마음까지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인재관리가 성공한다. 따라서 경영자의 가장 큰 덕목은 사람을 잘 알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 맺기와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지속하도록 애쓰는 것이다.

현명한 경영자는 인재를 제대로 알아보고, 찾아내어서, 조직 목표에 공헌하도록 활용한다. 경영자가 현명해지려면 쉼 없이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문학 지식을 포함한 최신의 경영 지식까지 폭넓게 갖추는 것이 필수다. 현장에서의 직접 경험도 중요하지만 남보다 앞서 새로운 경영지식을 더 많이 학습해야 경영자의 자기향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탄탄한 지식체계는 복잡한 경영문제의 해결은 물론이고 사람과의 관계를 바르게 이끄는 혜안을 제공한다. 그것이 구성원들의 행복과 보람, 그리고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수년전, 미국에서 100세 이상의 노인 500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연구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의 비밀과 삶의 지혜가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감사와 믿음, 다른 사람과의 지속적인 관계의 유지였다. 이것은 100세의 삶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가까운 이들과 신뢰 관계를 잘 유지해야 만족스러운 인생 여정을 걷게 된다.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에서도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감사와 믿음 그리고 정겨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행복의 핵심이다. 그래서 외롭거나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가족구성원이 있는 가정은 매우 위험하다.

요즈음에는 부모 자식 간의 본능적 사랑도 시험대에 놓여있는 듯하다. 부모에게 느닷없이 “만약에 내가 바퀴벌레가 되어 나타나면 어떻게 할 거야? 몸은 바퀴벌레고 영혼은 나야.”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10대들 사이에 유행이라고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버린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질문이다. 가족 간 신뢰의 상실과 애정의 결핍에서 오는 10대의 정서적 불안감을 보는 듯해 심히 걱정된다. 엊그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발표한 ‘아동행복지수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중 무려 87%가 행복하지 못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가정은 당연히 행복이 넘치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가족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더 깊은 애정으로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기를 힘써야 가정은 비로소 사랑의 공동체가 된다. 그럴 때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고 보람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곧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 부강하고 평화로운 국가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에서 보는 톨스토이의 통찰이 부쩍 마음에 와 닿는 ‘가정의 달’ 5월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