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대권과 거야에 국민만 등골 휘어
[대구논단] 대권과 거야에 국민만 등골 휘어
  • 승인 2023.05.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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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대기자·전북대 초빙교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지만 요즘 국민들의 등골은 우리가 뽑은 여야싸움에 견디지 못하고 피사의 사탑처럼 휘어버렸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내 손으로 뽑아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행태를 보며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푸념하는 꼴을 보여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면서도 번번이 국민들은 속아서 찍는다. 그렇다고 차마 손가락을 자를 수는 없기에 한탄만 하다가 다음에는 절대로 그런 사람을 찍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선거철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편향된 투표를 하고 또 후회를 거듭한다. 이른바 민주주의를 시행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투표성향이 비슷하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면 별로 지지하고 싶지 않은 후보자라도 서슴지 않고 표를 준다. 가장 민주주의를 선호한다는 미국은 주에 따라 공화당과 민주당으로 갈라져 있으며 대부분 그러한 선례를 따르는 게 일상처럼 되어 있다. 한국도 그에 못지않다. 영남은 국민의힘, 호남은 민주당 식이다.

이 성향을 가장 잘 이용한 사람들이 과거 김영삼과 김대중이었으며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충청권을 자극한 김종필이다. 이들 3김은 지역주의에 힘입어 대통령으로 뽑히고 그에 못지않은 총리도 해먹었다. 이들의 후배들도 3김의 권위에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지역적 혜택만은 변함없이 누린다. 모든 혜택은 그들이 누리지만 맥없는 국민들은 후회하면서도 표를 던져주고 손가락 타령만 하고 있으니 자업자득이다.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총선에서 누가 승리하느냐 하는 것이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결정되어야 하는데 마치 여야의 싸움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만 관심이 쏟아진다. 지금 한국의 정치판도는 정권을 쥔 여당이냐, 대권을 내준 야당이냐의 판가름이다. 여당은 대통령을 차지했지만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야당 몫이다. 허울 좋은 대권이지만 문재인정부가 파놓은 함정에 갇혀 인사권 하나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있다. 명실공이 정부를 운영하려면 내년 선거에서 입법부를 장악해야하는데 야당에서 홀홀히 내주겠는가.

지금 여야는 힘자랑으로 쉴 날이 없다. 원내 과반수를 넘는 야당은 입법권을 남용하여 밀어붙이고 있으며 대통령 고유권한을 가진 여당은 거부권으로 맞서고 있다. 꼭 필요한 법이라면 여야가 합의하여 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에 익숙한 야당은 지지 세력을 끌어들이기에만 몰두하여 단독처리로 나간다. 양곡법은 이미 거부권에 걸렸고 간호법 역시 그럴 가능성이 크다. 정치판이 이처럼 박치기만 하다가는 국민을 위한 어떠한 법안조차 만들기가 어렵다. 이것은 여야가 반드시 합의하여 개정하던 관행을 무시하고 지난번 선거법 개정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던 만행에 그 근원이 있다. 한번 잘못된 일방처리로 맛을 들인 민주당이 계속적으로 헛발질을 하는 통에 여야 협치는 물 건너가고 국민만 피해자로 전락한 것이다.

이에 맞선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로 대응하고 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이승만의 45건 거부권 행사가 가장 많다. 노태우 7건, 노무현 6건, 박정희 5건, 이명박 1건, 박근혜 2건이다. 이 안건들이 다시 국회에서 통과하려면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거의 불가능한 수치여서 거부권의 승리로 끝난다.

현재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야의 명분 없는 싸움질에 핏발이 선 국민의 27%가 무당 층으로 돌아섰다. 이에 고무된 몇몇 정치꾼들이 추석 전까지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선거는 정당풍년의 시험대다. 잘하면 지난번 안철수처럼 호남을 독식하는 이변도 생기지만 김종인이나 금태섭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대량 획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재명과 송영길은 정치적 사건이 아닌 부정부패와 관련한 죄목으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입건직전에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 선거에 임하면 백전백패다. 윤석열만 바라보고 있는 여당 역시 지도부의 허약성이 두드러지고 있어 안심하기 힘들다. 여야의 비주류들이 대거 새 판을 짤 수 있을지는 그들의 판단력에 달려있다. 예로부터 정(政)은 정(正)이라 했으니 누가 정도를 내세워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두고 볼일이다. 국민은 명분이 약한 여야싸움에 종지부를 찍는 손가락을 가지고 있음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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