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삶에 대한 의미 발견의 힘, 자아통합감
[화요칼럼] 삶에 대한 의미 발견의 힘, 자아통합감
  • 승인 2023.05.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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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값진 삶을 살고 싶다면
아침에 눈 뜨는 순간
날마다 이렇게 생각하라

오늘은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좋으니
누군가 기뻐할 만한
그런 일을 하고 싶다

-프리드리히 니체-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이다. 경제적 안정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불어 수명의 연장에도 기여하였다. 그 여파로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그 속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2018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의 노인 인구 증가는 2050년에 이르면 무려 4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한다(통계청, 2021). 수명의 연장과 인구분포의 빠른 변화는 한국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노후의 삶과 질적 양상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계 주요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연령대별 삶의 만족도 수준을 살펴보면 40~50대에 최저점을 보인 후 노년기로 갈수록 다시 회복하는 U자형 양상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연령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우하향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은 결과는 노년기 삶의 질적 문제 개선이 매우 시급함을 유추하게 한다.

노인의 문제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심각하다. 전국 단위의 노인 실태조사 결과는 노년기의 대표적 문제인 경제, 건강, 소외, 무위 등이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특히 독거노인의 증가와 그들을 둘러싼 삶의 위험들은 한국사회의 기틀을 흔들 조짐까지 보인다. 실제 독거에 기인한 것인지를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바탕으로 최적의 상황을 찾아주는 매칭 플랫폼 서비스를 활용한 성향매칭분석의 한 연구를 살펴보았다. 신체적 건강과 인지적 건강은 가족 동거 또는 독거 여부에 따른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우울 수준과 자살 위험의 정도는 독거노인에게서 매우 높았고, 삶의 만족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노인에 비해, 홀로 살아가는 독거노인의 정신건강 영역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노후의 삶과 환경에서 정신건강 향상과 중재의 절실함을 시사하고 있다.

삶의 의미는 인생의 시기마다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다. 특히 노년기는 삶의 경험을 통합하며 일생을 마무리하는 시기로 그 의미가 크다(Wong, 2000). 삶의 의미는 개인 일생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노년기에는 지난날의 삶과 미래의 죽음을 수용하고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아통합감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에릭슨(Erickson, 1994)은 자아통합감을 노년기에 달성해야 할 발달과업으로 노인의 안녕 상태를 반영하는 포괄적 개념이며 성공적인 노화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

노년기를 잘 적응하여 성공적 노화에 이르기 위해서는 노년기 이전부터의 준비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점점 나의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심리적 안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타인과의 긍정적인 교류,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참여, 신체 단련, 지역사회활동, 건강관리, 경제활동, 예술활동, 극기 훈련, 근면, 성실 등 더 나은 삶을 위한 개인의 노력을 통해 나의 존재감을 깨닫고 자아통합에 이르게 된다.

지금까지 한국인의 노후준비는 대체로 경제적 준비에 초점을 맞추어 강조되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인에게 노년기는 짧지 않다. 경제적인 준비 못지않게 심리적 준비 또한 절실하다. 삶의 질이 높다는 것은 재산이 많거나 질병의 유무 등 객관적인 상황보다 자신의 만족감과 자존감 향상에 기여하는 삶의 의미 발견이 미치는 영향이다.

자아통합감이 높은 노인은 긍정적 정서를 많이 느끼고, 삶의 만족감 또한 높게 나타나는 반면,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노인은 우울과 자해, 자살이라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게 경향이 높게 나타나고 있음이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에 누군가는 '이 나이에 무슨', '내 형편에 무슨' 준비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지옥으로 불리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세기의 명저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쓴 빅터 프랭클의 매일은 한 마리 벌레에 불과했다. 살아날 일말의 희망도 없었지만, 그 고통속에서 프랭클은 의미를 발견하며 견뎠다. 프랭클을 지옥에서 견디게 하고 살아남게 한 것은 '의미를 향한 끝없는 갈망'이었다.

그는 수용소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동료의 아픔을 생각하고, 서로를 돕고, 유머와 지식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으려 분투하는 사람을 찾아내었고, 지옥의 불덩이에 꽃씨를 심으며 매일을 견디고, 화장실 휴지에 글을 쓰며 살아가야 할 의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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