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권력과 돈은 분리되어야 한다
[수요칼럼] 권력과 돈은 분리되어야 한다
  • 승인 2023.05.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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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권력 교체기가 되면 정치권 주변에 맴돌고 있는 속설 중 하나가 10년 주기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제 도입과 정권 교체의 역사가 길지 않으므로 정설로 보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가 경제활동 변화의 결과로써 나타나는 경기의 부침 현상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흔히 경기의 부침 현상을 경기변동이라 한다. 경기변동에서 그 파동의 길이가 10년 정도 되는 것을 주글라파동이라 한다. 주글라파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마 주식과 부동산 경기가 아닐까 한다. 선거 연도에 호황이면 집권 세력인 여당이 유리하지만 불황이면 야당이 유리하다.

이처럼 정권 교체기를 맞아 경제가 어려우면 정치권은 기업인들에게 러브 콜을 보낸다. 과거 대선에 직접 출마한 기업인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노태우 대통령 정권 말기에 기업인으로서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정치헌금을 주는 것 보다는 그 돈으로 직접 정치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1992년 2월에 당시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연세대 김동길 교수, 코메디언 이주일 씨 등을 영입하여 통일국민당을 창당한 후 한 달만에 치러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31석을 얻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11월에 치러진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의 경제적 관심을 충족시키는 정책개발과 내각제 공약으로 도전했지만 388만표(16.1%)를 얻어 고배를 마셨다.

이처럼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정치권에 문을 두드린 대표적인 인물은 이명박 현대건설 대표이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등이다. 어떻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좀 다른 경우다. 당시 이명박은 전문 경영인으로서 성공 신화로 인해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았으며, 1990년 KBS 2TV에 방영된 주말 드라마 '야망의 전설'의 인기에 편승하여 일반 국민들에게도 유명세를 탔다. 이 대표이사는 정주영 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김영삼 대통령이 정치권으로 영입한 케이스이지만 국회의원, 서울시장 등을 통해 능력을 검증 받은 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반면, 문국현, 안철수의 경우 기업인으로서는 이미지가 좋았다. 국민들이 찾는 참신하고 깨끗한 이미지 그리고 정책의 경쟁력을 가진 인물에 부합한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정치권에 몸담지 않았기 때문에 구태 정치에서 벗어날 것으로 믿는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도를 받는다. 그러나 곧 이어진 진흙탕 싸움을 거치면서 이미지 훼손과 맷집 부족으로 결국에는 정치권에 변죽만 울린 후 중도 사퇴하거나 막상 출마해도 큰 표를 얻지 못하고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성공한 기업인이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단순히 조직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큰 성과를 내는 리더십 측면에서 보면 기업인과 정치인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업인의 목적과 정치인의 목적은 다르다. 정치인은 공익을 우선하지만 기업인은 생존을 위한 사익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인도 공익을 추구한다. 기업인이 공익을 추구하는 이유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며, 그것이 기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사익을 추구하는 순간 더 이상 공익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공익과 사익이 공존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정치와 경제는 상호보완적이면서도 상충(trade-off)되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경제를 잘한다고 해서 정치를 잘한다는 보장이 없고, 정치를 잘한다고 경제를 잘한다는 보장 또한 없다. 왜냐하면 경제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집중식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을 선호한다. 또한 생산성이 낮고,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를 정리해고할 수 있다. 반면 정치는 상호인정과 평등 그리고 타협이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비록 사회적 약자라고 해도 우리 사회가 보듬으면서 함께 가야 한다.

이처럼 정치와 경제는 공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은 근본적인 목적의 차이가 존재하므로 권력으로 대표되는 정치와 돈으로 상징되는 경제 사이에는 이익의 충돌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인들이 정치권으로 진입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기업 형태를 갖춘 로펌이 등장하면서 변호사를 직업인으로서 볼 것인냐, 기업인으로 볼 것인냐 궁금하다. 사익을 추구했던 변호사 출신으로서 공익을 대변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박영수 특별검사가 스캔들로 구설수에 오른데 이어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가상화폐 투자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권력을 쫓으려면 돈 주변에 얼씬하지 말아야 하는데 권력과 돈을 모두 가지려는 탐욕이 결국 개인과 조직을 피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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