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는 것이 아니라 ㄸㅏㄲ는다
겨우내 뒤집어쓴 소문들은 98%가 미세먼지였다
거짓과 허위로 빙글빙글 돌아가며
바람의 달, 3월은 왔다
구인 광고문을 향해
수백의 봉오리들이 소리 없이 뛰어들고
동백은 모가지 째로 떨어진다
봄맞이 대청소를 했건만
봄이 오지 않는 것은, 투명도 때문이라고 우기며
다시 닦고 또 ㄸㅏㄲ는다
넘어오지 못하는 봄을, 꽃이 피지 않는 봄을
부옇게 흐려진 동공을
새싹은 머리만 푹 숙인 채
아직은 정지되어 있다
◇안윤하= ‘1998 시와시학’ 봄호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모마에서 게걸음 걷다’. 2020년 대구 예술상 수상. 현 대구예총 대구예술 편집위원. 대구문학디지털화추진위원장. 전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해설> 시인은 날씨나 기후에 민감하다. 안과 밖을 투명하게 가로막는 유리창을 두고 월별로 그 유리창이 주는 느낌을 다르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시인은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냥두면 탁해지는 유리를 그것도 3월의 유리를 시인은 지금 닦는 것이 아니라 ㄸㅏㄲ으려 든다. 강한 어투다. 그 이유는 아마도 미세 먼지만은 아닌 겨울의 어수선했던 소문들 때문일 것이다. 거짓과 허위를 이야기하는 시인에게 3월 이후는 아마도 찬란할 거라고 잘 닦여진 유리는 속삭여 줄 것이다. 봄다운 봄이 빨리 오지 않는 것도 탁한 유리창 때문이라고 투덜투덜 거리는 시인에게 가장 좋은 처방은 초록 새싹이 보여주는 희망일 테니. -박윤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