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강 얼음 깬 봄은
무등산 향해 낮은 포복으로 올라오다
전남방직 뚝 길에 마중 나와 눈뜬
수양버들과 어깨동무하고
겨울이 뽕뽕 구멍 낸 발산다리 건너
양동시장으로 온다.
봄을 이고 오신 어머님
겨우내 기름기 빠진
아들의 배를 채워주던 국밥집.
반평생 지난 봄 마중
양동시장 국밥이 그리워 왔더니
인기 많던 교수님은 백발 되어
영화롭던 세월 소주 타 마시고
별과 함께 멱 감던 광주천은
애간장 다 녹은 내 마음마냥 검게
흐르는데 소주병 속을 겨우 빠져나온
추억은 스승과 함께 비틀거린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출생. 조선대학교 국문과 졸업, 계간『문학예술』신인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현 광주동성고교 재직.
시인의 `봄이 오는 길목’은 최근에 출간된 시인의 시집「시를 쓰는 꽃」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시에서 보듯 화자의 봄이 오는 길목은 얼음을 깬 강에서 산으로 낮은 포복으로 올라가고 있다. 그런 봄은 자연의 안식처를 찾아 오가는 아름다운 절후만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 가노라면 기쁨과 슬픔이 동전의 양면처럼 인접하고 있듯이 화자의 봄도 `겨우내 기름기 빠진 / 아들의 배를 채워주던 국밥집’의 봄을 이고 오시던 어머님의 체취가 우수로 솟아난다. `애간장 다 녹은 내 마음마냥 검게’ 봄은 시장에서 `영화롭던 세월 소주 타 마시고’ 했던 스승과 함께 추억 속으로 비틀거리는 화자의 자의식이 이 시 속에 선연하다.
이일기 (시인 · 계간 `문학예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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