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도쿄여행단상 (2)
[문화칼럼] 도쿄여행단상 (2)
  • 승인 2023.05.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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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전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
#츠타야(Tsutaya) 서점 : 어떻게 보면 이번 여행의 핵심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여행 자료를 찾던 중 츠타야 서점에 대한 얘기가 자주 등장하였고, 뭐지?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여기는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책과 음악 그리고 영화를 통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이라 한다. 특히 츠타야 서점을 운영(약 1,700여 곳 중 90개 정도는 직영)하는 컬쳐 컨비언스 클럽(CCC)에서 인구 5만의 소도시 다케오 시립도서관을 비롯한 일본 전국 9개의 지방자치 도서관을 운영하며 그야말로 도서관의 기적을 일으킨다는 얘기는 눈길을 끄는 것이었다. 결국 이런 생각을 한 사람에게 관심이 모아졌고 다행히 우리말로 번역된 그의 책 중 3권을 구해 읽었다. 이 모든 것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다이칸야마 티사이트(T-Site)' 앞의 길에서 이루어진 다케오시 시장과 CCC창업주 마스다 씨와의 만남과 의사결정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이런 것이 이루어진 현장을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다.

비바람이 제법 몰아치는 날 '메구로' 강가의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지금 이곳에서 구입한 '위스키 배럴 에이지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다)를 거쳐, 다이칸야마의 세련되고 한적한 동네를 걸어서 티사이트를 찾았다. 마스다 씨는 앞으로 도쿄 트렌드의 중심이 이곳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미리 준비한 4천 평의 땅에 세울 건물 설계안 공모를 하였다. 많은 응모작 중 단순한 직사각형 3개 동의 서점을 중심으로 한 제안이 채택 되었다. 이곳은 미사여구 빼고 오로지 철저한 고객 편의를 위한 것, 그것이었다. 그런데 아름답기까지 하다. 나는 3호관 2층의 셰어라운지를 이용했는데 이곳의 좌석은 유료이며 요금에 따라 음료와 스낵 또는 맥주 등 주류까지 무제한 즐길 수 있다. 서점에서 음주라니! 마스다씨가 제안하는 맥주 한잔을 곁들이는 독서, 멋지지 않은가?

#쿠마 켄고(Kuma Kengo) : 이번 도쿄여행을 통하여, 가장 많이 만난 건축물이 일본의 건축가 켄고씨의 작품들이었다. 아오야마의 펑리수 판매점 '써니 힐스' 2020 도쿄올림픽을 위한 '도쿄 국립경기장'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도쿄' '네즈 미술관' '하루키 도서관' 등이 켄고의 손길을 거친 곳들이었다. 많은 일본 건축가들이 노출 콘트리트로 작업을 하는 반면 그는 목재를 선택하였다. 물론 올해 완공될 국내 KCC 오디오 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지만 그의 건축에는 주로 나무를 통한 그만의 시그니처가 있다. 켄고의 작품은 따뜻하지만 반골기질이 그를 대가의 반열에 올린 게 아닌가? 라는 흔적은(전혀 사실과 다를 수도) 앞으로 나에게 공부할 거리로 남았다.

이름 하여 '약한 건축'이라는 그의 철학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고 한다. 콘크리트가 가진 물성 즉 차갑고 딱딱한 질감이 인간에게 그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 따라서 그는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재를 선택했다고 한다. 위에 언급한 건물에 가보면 그의 의도한 바가 잘 드러나 있음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쉽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아사쿠사의 '관광안내소'는 지나다 우연히 쳐다본 순간 어! 저거 켄고 작품? 그래서 안을 들여다보니 과연 그러했을 정도다. 도쿄에는 이처럼 세계적 건축가의 철학을 담은 건축물이 즐비하다. 심지어 슬럼화 되어가던 공원을 하늘로 끌어올리고 그 아래에 명품관 등 상가들을 입점 시켜 역 주변 중심가의 변화를 이끌어 냄과 동시에 녹지를 시민들에게 돌려준 시부야 '미야시타 공원'의 북단에 자리한 동네 화장실도 안도 다다오의 작품일 정도다. 이런 건축물은 어느 문화 현상 못지않게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양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초예술 : '부르고뉴' '루브르'로 명명된 국립서양미술관과 국립신미술관 기획전시의 중심에는 바로크시대 작품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그리스·로마 신화나 성경 등의 배경지식이 필요한 장르라 내가 감상하기에는 조금 어려웠지만 이런 작품들이 일본에서 특별히 사랑받는다는 얘기를 어느 큐레이터로부터 들었다. 도쿄도교향악단과 재팬필의 공연을 유서 깊은 도쿄문화회관과 최고의 음향을 자랑하는 산토리홀에서 감상하였다. 두 공연 모두 뛰어난 연주였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레퍼토리의 폭이 넓다는 것이었다. 현대음악도 그렇지만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과 시벨리우스 교향시 '쿨레르보'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물론 내가 대단한 마니아가 아니어서 더 그렇다). 이런 기초예술에 대한 천착은 이를 수용해주는 관객이 없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또는 연주자들의 완성도 높은 멋진 음악에 관객이 먼저 찾는 것일 수도 있겠다.

열흘간의 도쿄여행이 끝났다. 두어 달 전부터 틈틈이 여행준비를 하였고 도쿄현지에서 그것을 죽 풀어보았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어느 정도 채워주는 여정이었으며 그것은 내가 준비해간 것 이상으로 도쿄에서 만난 교민 분들께서 주신 한마디 한마디의 울림 덕분이다.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타국에서 자리 잡은 그분들에 대한 존경과 함께 따뜻한 후의에 감사드린다.

2023. 5. 11. 칼럼니스트 김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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